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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김정화 옮김 / 봄나무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게 정말 사과일까?' 요시타케 신스케의 두 번째 이야기.
전작에서 사과 하나를 놓고 할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을 펼쳐 보인 저자가 이번에는 아이들의 독특한, 아니 어쩌면 어른들의 눈에는 지저분하고 버릇없어 보이는 습관들에 주목한다. 저자는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행동의 이유를 철저하게 아이의 시선에서 들려준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유머와 상상력, 그리고 재치 있는 그림을 더해 한층 더 재미있고 기발한 책이 되었다.
이 책은 우리 어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 말라고만 할 뿐 자기들이 그 요상한 행동을 왜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어른들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하는 것 같다. 또 어린이들에게는 그들이 공감할 만한 엉뚱하면서 기발한 이야기와 재미있는 그림을 잔뜩 보여 주면서 네 생각은 어떤지 묻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인 우리 아이들은 책을 읽는 내내 까르르 웃기도 하고, 자신만의 이유를 찾으려 진지하게 고민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바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뭐라고 이유를 댈지 궁금해지기도 할 것이다. 특히 엄마의 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을까? 시종일관 엄마와 아이의 유쾌한 대화로 이어지는 이 책은 혼자보다는 둘이, 특히 어른과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아, 정말 깜찍하고 유익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표지가 참 마음에 들고.. 그림풍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내가 코를 후벼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요!'라고 쓰인 표지를 넘기면 바로 책 날개에
'떳떳한 이유가 있다면 코를 후벼도 될 것 같은데...'하는 엄마의 말까지.. 그림과 함께 삽입해 놓은 게 참 좋았다. 그런 디테일까지 생각하는 건.. 분명 이 책에 정성을 참 많이 들였다는 증거일 수도 있으니..
그리고 책 표지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 닿았다.
책은 코를 후비고, 다리를 떨고, 높은 데를 올라가고 등등...
그런 행동을 하는 아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엄마..
그리고 그걸 해야 하는 이유를 정말 기상천외하게 얘기하는 아들..
하지만 예의에 어긋나거나 지저분한 것은 조심해 달라는 엄마의 부탁을 들은 아들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자기도 모르게 그만.. 해 버리는 일이 없냐고~^^
아.. 아들의.. 엄마는 자기도 모르게 그만 해 버리는 일이 없냐는 질문에 순간 가슴이 뜨끔 했더랬다.
나도.. 아들의 질문처럼 그렇게 행동해 버리는 게 꽤 많은 거 같아서..
아침에 아이들을 불러서 깨우는 거, 무조건 시간되면 아이들에게 할 일을 시키는 거 등등..
그리고 나도 이 엄마처럼 지저분하거나 예의에 어긋나거나는 절대 하지말아달라는 말도 무지 많이 했다. 그리고 물론 혼내기도 했고....
특히나 무조건 사달라고 조르는 9살 큰 애에게 엄마는 내 성에 안돼라는 말을 붙여 '김안돼'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사실 그러고 보면 아이가 뭐 사달라고 할 때마다.. 사줘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돼!" 하는 게 습관처럼 나오는 것 같다.
분명 한번쯤은 왜? 무슨 이유가 있어? 라고 물어볼만도 한데...
역시나.. 나도 아이들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무시하고 있었나보다~ㅜㅜ
아... 반성 반성!!!
이 책은 분명.. 아이보다는 부모가 먼저.. 그리고 아이와 함께 읽어봐야 하는 책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항상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부모가 먼저 가져야 할 것이고, 또 아이들의 말 한마디에 귀를 쫑긋 세우고 귀담아 들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 것이다. 분명 아이는 부모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따라하게 될 테니.. 그리고 분명 부모가 만들어 준 환경에서 그 아이의 미래가 좌우될 테니..
아... 하루라도 아이들 편에서 큰 소리 안내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하루가 있기를 바란다..
분명 내가 노력해야하겠지만... 더 많이 더 많이...
아, 그리고 내가 참 좋아하는 그림풍인데도 불구하고 이 작가의 책을 이제야 만나게 된 건.. 살짝 아쉽다. 그래서 일단 이게 정말 사과일까?라는 책은 장바구니에 쏙 담아놨다..
엄마와 아들의 대화가 참 재밌고, 또 그들의 표정이 재밌다.
단순한 만화풍 그림이고 채색도 간단하지만.. 그래서 여백 많은 그림책이지만..
재밌고 유익한 책을 만나서 참 기분이 좋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 책을 다 읽은 딸들이 이 아들처럼 나에게 질문하지 않아줘서 고마웠다.
@ 책 속에서
- 나는 코를 후비는 버릇이 있어요. 엄마는 그런 내게 늘 화를 내요. 이유는 '예의 없음'이라는 거죠.
- 아, 아니에요! 코 후비는 게 아니라 으...음... 그러니까...
내 콧속에 스위치가 달려 있는데, 이 스위치를 자꾸자꾸 누르면 머리에서 '신바람 빔'이 나와요.
이 빔은 사람들 마음을 즐겁게 해 주거든요.
- 엄마는 지금도 충분히 즐거우니까 신바람 빔은 더 이상 쏘지말아 줄래?
- 야! 이젠 하다 하다 다리를 다 떨어?
엄만 진짜! 아니에요! 이것도 이유가 있다고요. 으.. 음.. 그러니까..
이건 다리를 떠는 게 아니라 두더지랑 말하는 거예요.
이렇게 오늘 있었던 일을 두더지한테 알려주는 거란 말이예요.
- 한 단이라도 높은 데가 나타나면 기필코 올라가고야 마는 건 나무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도와주려고 훈련하는 거예요.
- 음.. 그렇구나.. 아주 잘 알았어.
알았죠? 다 이유가 있다고요!
그런데 말이야 그래도 지저분한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건 되도록 삼가해 줄 수 없을까?
- 그런데요. 어른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만' 해 버리는 일 없어요?
글쎄, 있겠지. 하지만 엄마는 모르겠는데..
엄마는 틈만 나면 그렇게 머리카락을 비비 꼬잖아요. 그건 무슨 이유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