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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아이, 윤동주 ㅣ 햇살그림책 (봄볕) 1
반성희 그림, 우현옥 글 / 봄볕 / 2015년 5월
평점 :
햇살 그림책 시리즈. 살아 있을 때 단 한 권의 시집도 발표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민족시인 윤동주의 생애를 그린 그림책이다. 윤동주 시인은 일제 강점기의 어둡고 암울한 시대에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민족을 걱정하는 건강한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담은 시를 많이 남겼다.
윤동주가 남긴 시들을 찬찬히 읽어 보면,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에 아름다운 우리말로 시를 쓰는 것으로 일본에 꿋꿋하게 맞선 시인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윤동주 시인의 동시, 「눈」이나 「봄」 같은 작품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한다. 또한, 윤동주의 생애를 간추려 보여주는 연보를 책 뒤에 붙였다.
책을 읽으면서,
윤동주의 일대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또 그 고운 시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의 더 많은 시를 볼 수 없음이 슬펐다.
중간중간 시의 일부가 삽입되어 있어서 그랬는지 시 전문을 다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9살,7살 울 아이들이 이 책을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있겠지만, 분명 언젠가는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윤동주의 멋진 시를 감상할 날이 오겠지.
@ 책 속에서
- 비가 밤새 내리려나 봐요. '살구꽃이 다 떨어지면 어쩌지?' 동주는 무릎걸음으로 방문에 바짝 다가앉았어요. 그리고 손가락에 침을 콕 찍었어요. 손가락이 닿자마자 문종이에 구멍이 숭 났지요.
- "꽃잎을 꽁꽁 묶어 둘 셈이냐? 허허허!"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보드라운 살구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지요.
"여기도 있네! 여기도!" 동주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었어요.
'일본 놈이 못 따가게 내가 지켜 줄게.'
동주는 콩알만 한 살구들에게 약속했어요.
- * 지난 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 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 (눈_1936년 12월)
써 놓고 보니 동주의 마음에도 눈 이불이 내린 것 같았지요.
"동주의 마음속에 시인이 살고 있구나."
선생님은 동주의 글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 마당 가득 봄 햇살이 쏟아졌어요. 살랑살랑 봄바람이 코 끝에 와 닿았지요. 달콤한 낮잠을 깨울까 봐 햇살이 가만가만 바람을 데려갔어요. 시를 쓰다 보면 동주의 새벽은 남들보다 빨리 밖아 왔어요.
- "동주야, 너는 반드시 의사가 되어야 한다." 아버지는 동주가 의사가 되기를 바랐어요.
'아버지, 저는 시를 쓰고 싶어요.' 동주는 대답을 꾹 눌러 삼키며 간절한 마음을 시에 담았어요. ~
"동주야, 우리 민족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 마침내 아버지는 동주의 문학 공부를 허락했어요.
- "조선 청년들이 일본 전쟁에 끌려가는 건 막아야 해!" 동주는 친구들과 손을 맞잡았어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동주의 마음은 촛불보다 뜨겁게 타올랐어요.
- 모진 고문이 끝나면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았지요. 기억은 점점 흐릿해졌어요. 캄캄한 감옥 안으로 별들이 내려앉았어요. 창살 사이로 하늘은 칸칸이 조각나 있었지요.
- 하나, 둘, 셋, 넷, 다섯... 동주는 별을 헤었어요.
*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별 헤는 밤_1941년 11월)
별을 다 헤기도 전에 동주는 영원히 눈을 감았어요. 싸늘히 식어 버린 별들만 동주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 주었어요.
@ 윤동주의 시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느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밞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서시_1941년 11월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고ㅘ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넌, 나느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브란시스. 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 외다.
* 별 헤는 밤 (1941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