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서방과 똑 서방 -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는 바보 이야기
서정오 지음, 신병근 그림 / 토토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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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어 읽기 좋고, 나눠 읽기 좋은 우리 옛이야기를 꾸준히 되살리는 데 정성을 쏟아 온 서정오 선생님이 마음이 훈훈해지는 바보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느리고 어수룩하고 수더분하여 요즘 세상이 바라는 모습과는 딴판인 바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본디 가지고 있던 소중한 것을 생각해 보고, 정답고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유머러스하고 따뜻하면서도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맛깔스러운 우리 옛이야기를 새로운 감성으로 만날 수 있게 돕는다. 서정오 선생님 특유의 정갈하고 단정한 문장으로 만나는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은 우리 옛이야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더불어 어딘가 빈틈이 있는 어수룩한 사람을 향한 배려와 관심은 물론, 드넓은 상상력과 지혜까지 키울 수 있다.


​멍 서방과 똑 서방이라는 제목부터.. 그리고 그 아래 작게 적힌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는 바보 이야기라는 소제목까지..

거기에 표지에 그린 두 주인공의 얼굴까지..

이 책은..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할만한.. 읽기에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작가는...

세상이 메말라 갈수록, 모두가 자기 이익 챙기느라 바쁠 때일수록 우리는 바보가 그립다!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딸 바보'니 '아들 바보'니 하는 말이 있듯이, 부모의 자식 사랑이 넘쳐 그 모습이 바보스럽게 보일 정도라는 뜻인데, 작가는.. 사랑이 넘치면 모두 바보가 된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어쩌면 나도.. 우리 신랑도.. 딸 바보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 어릴 적 살던 동네엔.. 정말.. 바보가 있었다. 다 큰 어른인데 몸도 느릿느릿 말은 거의 없고, 옷도... 그래서 동네 남자아이들이 바보..라고 불렀던... 무튼..

옛이야기 책은.. 언제나 정겹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옛날에 또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그런 옛이야기는.. 어쩌면 나보다 우리 딸들이 더 좋아하는 장르 같기도 하고..

특히나..

책이 100여페이지나 되고, 또 글자도 작긴 하지만 중간중간 컬러 그림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그러고 이야기가 나눠져 있어서 그런지 초등 중학년 정도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책이다.

그리고.. 총 15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각 이야기마다 나름의 색다른 재미가 있으니.. 이 책을 딸들이 더 재밌게 봤나보다.

기회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서로 역할을 정해가며 읽어보면 더 재밌겠다 싶다.





@ 목차



농사꾼과 바가지
두 선비의 송사
도둑 대접
오 좌수 이야기
선비와 장승
아우의 과거
시골 총각 장가들기
서울 가서 삼 년 구른 선비
멍 서방과 똑 서방
무와 산삼
빙빙 도는구나
고리장이가 무슨 염불
스무 냥 원님
따라 하는 농사꾼
나귀를 이고 가다가




@ 책 속에서


- 옛날에 멍 서방하고 똑 서방이 이웃해서 살았어. 멍 서방은 멍청해서 멍 서방이고 똑 서방은 똑똑해서 똑 서방이야.

똑 서방은 소금 장사를 해서 먹고사는데 멍 서방은 그냥 잠자코 놀아. 허구한 날 노는 게 일이야.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그래도 배가 커서 밥은 잘 먹어. 한꺼번에 두 그릇도 좋고 세 그릇도 좋고, 그저 주는대로 뚝딱뚝딱 먹어치우거든. 그렇게 먹고 잠만 내처 자니까 아내가 그만 화가 나지.



- 그래서 멍 서방이 똑 서방한테 갔어.

"자네, 그 소금 장사하는 법 좀 가르쳐 주게."

"그럼 먼저 소금을 한 짐 사 오게나."

그래서 멍 서방이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모아서 소금 한 짐을 샀지. 사서 짊어지고 똑 서방한테 가니까,

"응, 그만하면 됐네. 나랑 같이 가세."

해서, 둘이서 장사하러 나갔어. 소금 한 짐씩 짊어지고 갔지.



- 그러다가 멍 서방이 잠깐 졸았네. 먼 길 오느라 고단하기도 하고 그래서 꼬박꼬박 졸았는데, 조는 사이에 그만 똑 서방이 소금을 다 가지고 가 버버렸어. 멍 서방 혼자 두고. 멍 서방이 정신을 딱 차리고 보니까 혼자거든. 소금 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고 말짱 혼자야. 길도 모르니 어째? 무턱대고 갔지. 터덜터덜 가다 보니 날이 저물었어. 그 깊은 산속에서 날이 저물었으니 야단났지.

이 일을 어쩌나 걱정하다 보니 마침 저 멀리서 불이 반짝반짝하더래. 갔지. 가서 주인을 찾으니까 웬 할머니가 나와.

"아이고, 이 밤중에 웬 손님이 오셨나?"



- 할머니가 그걸 보고 보리밥 한 사방을 더 퍼 담아 줘. 또 앉은자리에서 뚝딱 해치웠지. 또 한 사발 퍼 담아 주는 걸 뚝딱, 또 한 사발 주는 걸 뚝딱, 또 한 사발 뚝딱, 이렇게 내리 다섯 사발을 한꺼번에 먹어 치우고 나니 솥이 텅텅 비었어. 할머니가 그걸 보고,

"아이쿠, 우리 집에 장군님이 오셨구나." 하면서 좋아라 해.



- "어머니한테 들으니 보리밥 다섯 사발을 한 번에 드시는 장군님이라고요. 부디 우리 아버지 원수를 갚아 주십시오."

하고서 이야기를 하는데, 들어 보니 호랑이 얘기야. 뒷산에 사라운 호랑이 한 마리가 사는데, 사람도ㅗ 해치고 집짐승도 해치고 해서 총각네 아버지가 잡으러 갔대. 아버지가 포수야. 그래 잡으러 갔는데, 하도 사나운 놈이라 못 잡고 되레 당했다는 거야. 아버지가 호랑이한테 잡아먹혔단 말이지.



- "호랑이는 어찌 됐습니까?"

"아, 그것이 살려 달라고 빌면서 지나가기에 불쌍해서 내가 한 번 봐 줬소."

"그러지 말고 내일은 꼭 잡아 주시오."

"알았소"

그 이튿날 또 아침에 보리밥을 잔{뜩 먹고 둘이서 나섰지. 어제처럼 총각은 산 위로 올라가고 멍 서방은 밑에서 기다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호랑이란 놈이 달려 내려오네. 아, 집채만 한 놈이 눈에 불을 시뻘겋게 켜고 내닫는 걸 보니 또 정신이 아득해진단 말이야. 별 수 있어? 그 자리에 얼어붙어 옴짝달싹도 못 하고 와들와들 떨고만 있었지.



- "아이고, 멍 서방 죽내!"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달려들던 호랑이가 그만 놀라서 펄쩍 뛰다가 나뭇가지 사이에 몸이 딱 끼어서 죽어버렸네.

조금 뒤에 총각이 내려와 보니 이게 웬일, 호랑이가 나뭇가지 사이에 끼어서 죽어 있거든.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어찌 되나 마나, 저것이 달려들기에 냅다 소리를 한 번 질렀더니 그만 저기에 끼어 죽습디다."



- 고맙다고 산삼 열두 뿌리를 주기에 그걸 옆구리에 차고, 호랑이는 가죽을 벗겨서 등에 짊어지고, 이제 멍서방이 그곳을 떠났어. 떠나서 집으로 왔지. 집에 와서 산삼도 팔고 호랑이 가죽도 팔고 해서 부자가 됐어. 그 산삼이랑 호랑이 가죽 값이 좀 많이 나가냐? 그 돈으로 논 사고 밭 사고 기와집 짓고 네 귀에 풍경 달고 잘 살았지.

멍 서방은 그렇게 부자 되어 잘 살고, 똑 서방은 그 뒤로도 그냥 소금 장사나 해서 먹고 살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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