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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빨간 부적 ㅣ 신나는 책읽기 52
김리리 지음, 이주희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신비한 부적이 형제의 영혼을 뒤바꾸게 한다는 천방지축 형제의 마법 같은 이야기!
유쾌한 상상력과 재기 넘치는 입담으로 사랑받는 김리리 작가의 신작 동화 『마법의 빨간 부적』(신나는 책읽기 52)이다.
‘부적’이라는 주술적 매개체를 가지고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능숙하게 넘나드는 동화로, 틈만 나면 싸우는 형제가 신비한 부적으로 인해 영혼이 바뀐 뒤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세상에서 서로를 가장 미워하던 형제가 상대의 소중함을 깨닫고 우애 좋은 형제로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다.
책은 세상에서 서로를 가장 미워하는 형제가 서로의 영혼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이야기다.
작가는 창작 옛이야기 『놀고먹는군과 공부도깨비』(창비 2015)에서 선보인 ‘바꿔치기’ 설정을 어린이 독자들에게 한결 익숙한 현대를 무대로 새롭게 풀어냈다. 여느 때처럼 형제가 엎치락뒤치락 싸우다 집에서 쫓겨난 날, 형 초록이와 동생 연두 앞에 신비한 빨간 부적이 나타난다. 늘 부적을 지니고 다니는 할머니 덕분에 부적에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는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가 사라지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빈다. 그런 형제에게 떨어진 빨간 부적의 마법! 두 사람의 영혼은 사라지기는커녕 뒤바뀌고 만다. 성격부터 취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형제가 서로의 몸으로 지내며 겪는 웃지 못할 해프닝, 영혼을 되찾기 위해 형제가 벌이는 일련의 소동이 작가 특유의 입담과 유머 감각으로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초록이는 형, 연두는 동생!
둘은 형제다.
초록이는 태풍초등학교 4학년이다. 달팽이 두 마리를 키우고, 가정 싫어하는 것은 물고기,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완두콩, 가장 싫어하는 색은 연두색!
연두는 태풍초등학교 1학년이다. 물고기 다섯 마리를 키우고, 가장 싫어하는 것음 달팽이,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시금치, 가장 싫어하는 색깔은 초록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캐릭터 소개만 봐도, 3살 터울 이 형제들이 얼마나 서로를 싫어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우리 딸들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책을 보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형제가 아닌 자매의 이야기에 딱 두살 터울이라면 더더더 몰입해서 봤을 것도 같다. 딱.. 본인들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대신.. 강아지... 치와와가 없긴 하지만..
책 속 달래라는 이름의 치와와가.. 딸들의 사촌집엣 키우는 단모 치와와 대추랑 넘 닮은 것 같아서.. 그것도 신기해했다.
아이들이 가끔 싸우면서, 말을 넘 쉽게 툭툭 내뱉을 때마다... 엄마로서.. 절대 가족한테 그렇게 말 하면 안된다고 가르치기도 하고... 또 혼내기도 난감할 상황이 있기도 해서.. 아예 말싸움이라도 하지 못하게 막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보면서, 언니는 동생이 되고, 동생은 언니가 되는 역할놀이를 해 보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부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의 영혼이 뒤바뀌는 설정이... 신선하면서도 기발하면서도.. 살짝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족애와 우애를 배울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 목차
1. 맨날 싸우는 형제
2. 반쪽짜리 빨간 부적
3. 빨간 부적의 나머지 조각
4. 형제의 소원
5. 몸이 바뀌었다고요!
6. 보물 상자 협상
7.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더니
8. 1학년이 된 초록이
9. 공포의 수학 시험
10. 바꿔서 사는 건 정말 힘들어
11. 연두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네
12. 연두의 복수
13. 완두콩 떡과 시금치 만두
14. 계룡산 도사를 찾아서
15. 빨간 부적의 저주
16. 달래의 비밀
17. 할머니가 이상해!
18. 엉터리 도사
19. 저주를 풀다
20. 그 후로 오랫동안
@ 책 속에서
1. 맨날 싸우는 형제
눈만 마주치면 싸우는 형제가 있었다. 형제는 하루에 열 두 번도 넘게 싸웠다. 딱 하루 안 싸운 날이 있기는 한데 그날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다.
~
형 이름은 초록이다. 태풍초등학교 4학년이다. 달팽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고, 물고기를 싫어한다.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완두콩, 가장 싫어하는 색깔은 연두색이다. 그림을 그릴 때도 연두색 크레파스나 연두색 물감은 절대로 쏘지 않는다. 연두색만 보면 갑자기 짜증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동생 이름은 연두다. 태풍초등학교 1ㅅ학년이다. 작은 물고기 다섯 마리를 키우고 있고, 달팽이를 싫어한다.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시금치다. 시금치만 보면 형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가장 싫어하는 색깔은 초록색이다. 나무나 들판을 그릴 때도 초록색 대신 꼭 연두색을 쓴다.
~
연두도 지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불쌍한 달래는 툭 튀어나온 눈을 대룩대룩 굴리며 어디로 가야 하나 눈치를 살폈다. 달래는 고릿한 냄새가 나는 초록이의 양말을 물어뜯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던진 공을 물어 오는 것도 조아한다. 두 사람 중에 한 명만 선택하라는 건 엄마 아빠 중 누가 더 좋은지 결정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달래는 끄응 소리를 내며 결국 꼬리를 내리고 주저앉았다.
2. 반쪽짜리 빨간 부적
차가운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초록이는 외투를 챙겨 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뒤를 돌아보니 연두도 얇은 스웨터만 입고서 덜덜 떨고 있었다.
"흥, 쌤통이다."
~
바람이 다시 한번 쌩하고 몰아쳤다. 차가운 바람을 타고 종이쪽지 한 장이 휘리릭 날아오더니 초록이 이마에 척 달라붙었다.
"이건 또 뭐야?"
초록이는 짜증을 내며 이마에 붙은 종이를 떼어 냈다. 빨긴색 바탕에 이상한 황금색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할머니가 자주 가져오던 부적과 비슷했다.
~
'이건 어디에 쓰는 부적일까?'
그런데 자세히 보니 부적은 반쪽짜리였다. 초록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반쪽이 찢겨 있다고 해도 부적은 부적이다.
'동생이 없어지게 하는 부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제발 얄미원 연두가 사라지게 해 주세요!'
3. 빨간 부적의 나머지 조각
연두는 앞에 가는 초록이를 노려보며 걸었다. 오리 궁둥이를 뒤뚱거리며 걷는 폼이 아주 얄미웠다.
~
형은 얇은 티셔츠만 입고,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다. 연두는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흥, 쌤통이다."
~
사고는 늘 형이 먼저 치는데, 야단은 둘이 함께 맞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할머니와 엄마 아빠는 무조건 형 편만 든다.
~
바람이 불었다. 작은 회오리가 일며 연두 옆으로 빨간 종이가 날아왔다. 연두는 폴짝 뛰어서 종이를 붙잡으려고 했다.
~
그냥 무시하고 가려는데, 종이쪽지가 다시 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내려와서 연두 볼에 척 달라붙었다.
~
"나머지 반쪽은 어디로 갔지?"
~
그 순간, 엄지발가락이 또 쿡쿡 쑤시면서 이제껏 간절히 바라 온 소원 하나가 떠올랐다. 연두는 초록이를 향해 혀를 낼름 내밀고는 정성을 다해 소원을 빌었다.
"제발 형이 사라지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