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천 할머니 스콜라 창작 그림책 59
정란희 지음, 양상용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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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정란희'님은 전라남도 무안에서 태어났고,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극작을 전공했다.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우리 이모는 4학년]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과 국제적 연대를 다룬 《나비가 된 소녀들》을 비롯해 《우리 이모는 4학년》 《우리 가족 비밀 캠프》 《단추 마녀》 시리즈 《엄마의 팬클럽》 《나쁜 말은 재밌어》 《그래, 잘 될 거야》 《우등생 바이러스》 《아빠는 슈퍼맨 나는 슈퍼보이》 《슈퍼보이가 되는 법》 《똥 도둑질》 《도시락 도둑》 등이 있다.
2015년에는 인권 운동과 작품 활동을 인정받아 평화인권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근현대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어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책은 광복 직후 제주에서 벌어진 4·3 사건 당시, 턱에 총을 맞고 슬픔과 외로움 속에 살아 낸 진아영 할머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구성한 그림책이다. 무명천 할머니는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약 없이는 견딜 수 없는 끔찍한 고통 속에 평생을 살아야 했다. 턱이 없어 제대로 말을 할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무명천 푼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구석에서 혼자 음식을 먹었고, 누군가 집으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공포심 때문에 잠시 나갈 때조차 모든 문에 자물쇠를 걸어 잠가야 했다. 할머니는 제주 4·3의 상처로 인생을 잃어버렸다.


정란희 작가는 이런 무명천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옮기기 위해 수시로 제주를 오가며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할머니의 삶터와 제주 4·3 유적지 들을 취재했다. 그리고 4·3을 제대로 그려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히 할머니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가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우리가 그 아픈 역사를 받아들이고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슬픈 듯 덤덤한 표정의 할머니를 다시 마주하게 해 준 양상용 작가는 4·3의 순간들을 보는 이가 너무 아프지 않게 그리고자 노력했다. 대신, 사건이 슬펐던 만큼 더욱 아름답게 표현해서 사람들이 이 비극의 역사를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깊이 있게 그려 냈다.


생명과 인권, 평화를 위해 꼭 기억해야 할 우리 역사, 제주 4·3
푸르른 산과 오름, 시원한 바다를 품은 아름다운 섬, 제주. 특히나 4월의 제주는 노랗고 빨간 꽃들로 찬란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는 제주에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아픔이 숨겨져 있다.

제주 4·3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제주의 4월은 슬픔의 달이다. 70여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참혹한 사건 때문이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이 민간인에게 발포한 사건을 시작으로 1948년 4월 3일 무장한 도민들의 봉기가 일어나고 7년 7개월에 걸쳐 제주 전역에서 3만여 명의 제주도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그러나 희생자의 절반이 노인과 어린이, 여성이었다는 것은 무차별적인 민간인 학살이었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도 수십 년간 진실이 묻힌 채, 오히려 피해자들은 폭도로 몰리며 말 못 할 고통을 당해 왔다.

제주 4·3은 여전히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비록 아픈 사건이지만, 이제는 우리가 우리 역사와 제대로 마주하고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 그래야 과거 역사와 화해할 수 있고 앞으로의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다. 그래서 제주는 다시 아름다운 섬으로 피어나야 한다. 비록 힘든 시절을 보냈고 여전히 상처도 남아 있지만, 푸른 생명을 돋우고 꽃을 피워 제주는 평화와 화해의 섬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 책은 무장대로 오인되어 총탄에 턱을 잃어버린 진아영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자 한다. 무명천으로 아픈 얼굴을 가린 채,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무명천 할머니’. 할머니의 삶은 슬프고 무섭다고 해서 눈감아 버리면 안 되며 꼭 기억하고 되새겨야 하는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게 있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어쩌면.. 뭐가 진실인지조차 모른 채.. 그렇게 역사 속으로 묻혀버린 사건들이.. 수도 없이 많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부디..

억울한 사람이 없이.. 그렇게 슬픈 사람이 없이.. 그렇게 한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 시대...

그 곳에...

나와 우리 가족이 있지 않았음에..

그저 감사하며..

이 슬픈.. 과거의 현장을 학습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보게 되었고..  또 한편으로.. 이 사건에 대해서도 하나씩 관심을 갖고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 비록 역사쪽은... 전혀 관심도 없이 살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은 더 관심을 가지고.. 그렇게 알아나가야 할 것 같다.

왠지.. 우리가 이렇게 누리며 살 수 있는 것도..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은.. 송구스럽고.. 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책 속에서



- 턱에 총탄을 맞ㅈ고 쓰러져 평생을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았던 할머니가 있습니다.

턱이 없어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물 한 모금 마실 때도 흉측해진 얼굴을 감추어야 했습니다.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평생을 약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진아영' 할머니.

말을 할 수 없어 '모로기* 할망'이라 불렸던 무명천 할머니는 제주의 아픈 얼굴입니다. (*모로기는 '언어 장애인'의 제주 방언입니다.)



- 탕! 탕! 탕!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어둠 속에 숨었습니다.

~

하늘엔 무심한 달이 휘영청 밝았습니다.

~

마을이 타고 모든 것이 사라져도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나았습니다.



- 탕!

아영의 얼굴이 거대한 쇠뭉둥이에 휘둘려 맞은 뒤로 확 꺽였습니다.

곡식 항아리가 저만치 날리며 퍽석 부서졌습니다.

~

아영은 아득해지는 눈으로 하늘을 보았습니다.

제주는 검게 불타고 붉은 피에 젖었습니다.



-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는 빨갱이로 간주하겠다!"

토벌대는 장대로 사람들을 몰아 교문 밖으로 떠밀었습니다.

~

자식들만이라도 군인, 경찰, 공무원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

탕탕! 탕탕탕!

옴팡밭에서 총소리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삼백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죽음 몰이로 한날한시에 희생되었습니다.



- 한밤중에 무고한 사람들이 무참히 총살을 당했습니다.

~

아무렇게나 암매장된 사람들의 뼈가 하나로 엉켰습니다.

~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어 '백조일손지묘'라는 묘비를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 어느새 아영은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무명천으로 턱을 감쌌습니다.

~

당시 할머니는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가족들의 손에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으깨져 잃어버린 턱처럼, 할머니의 삶도 총탄에 으깨져 버렸습니다.



- 할머니는 장에 가면 제일 먼저 무명천을 샀습니다.

~

할머니는 경찰과 군인만 보면 공포에 질려 온몸을 덜덜 떨었습니다.

그날의 끔찍함과 참혹함이 할머니를 덮쳤습니다.



- 할머니가 천천히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시커멓고 어두웠습니다.

그날, 불에 타 버린 세상은 검은 어둠 속에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밝은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검게 타 버린 세상에 자그맣게 몸을 웅크렸습니다.



- 역사의 비극 속에 삶을 잃어버리고

끔찍한 고통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무명천으로 얼굴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진아영 할머니.


아픔과 슬픔을 평생 감추고 살아야 했던 무명천 할머니는

제주 43 사건의 슬픈 얼굴이자,

아름다눈 섬, 제주의 아픈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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