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사랑 안녕 행복도 독깨비 (책콩 어린이) 53
패니 브리트 지음,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박선주 옮김 / 책과콩나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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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패니 브리트와 이자벨 아르스노가 다시 한 번 만나 펴낸 그래픽노블이다. 전작이 친구들 사이의 따돌림 문제를 여자아이의 시각으로 풀어냈다면 이 작품에서는 이제 막 첫사랑을 시작하려는 마음 여린 소년을, 그리고 힘없는 동물과 어린아이에서부터 삶에 지치고 문제에 빠진 어른들까지 따뜻하게 보듬어 준다.

패니 브리트와 이자벨 아르스노 콤비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수준 높은 그래픽노블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패니 브리트의 간결하고 시적인 글은 역설적으로 루이의 감정을 선명하게 전달해 주고, 이자벨 아르스노의 무채색의 그림과 밝은 색책의 대비되는 그림은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루이의 마음 상태를 더욱 강렬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약한 면이 있지만 그것에 개의치 않고 다른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 때 꽃이 피어나듯 세상이 환해진다는 사실을 잘 표현해 주고 있어, 아이는 물론 어른도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이다.


딸들은 이미 전작을 접해서 그런지.. 이 책이 낯설지 않았나보다.

그림책치고는 페이지도 많고, 판형이 크긴 하지만.. 

연필스케치 그림에 중간중간 칼라도 들어가 있고.. 본문글씨도 조그많게 조금조금씩 들어가 있어서.. 책을 읽는 데 있어서 많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특히나 내가 워낙 좋아라하는 글씨체라서.. 이 책을 더 소장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용은..

살짝..

어두운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밝다..

알코올중독에 걸린 아빠.. 하지만.. 가족을 위해 열심히 치료받는 아빠.

그리고.. 빌리에게 진심으로 고백히고..

결국은... 빌리도 루이의 진심을 알게 된..


그냥 그림책이라고 할 수 없는..

초등 고학년들이 읽기에 적당한.. 엄마인 내가 읽어도.. 감동이 있는.. 그런... 책이었다.

뭔가.. 다른.. 느낌의.. 그런 책이라고나 할까..


책은 150여페이지 정도 되지만..

모든 페이지에 서정적인 그림이 들어가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은 글씨체와 대화체는 크게 강조하듯이 적어놓은 게... 신선했다.

책은.. 그야말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무엇을 만들어 내는지 깨달았다. 그건 바로 기적이다."

라는.. 강한 긍정의 결말을 내어 주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된 그런 책이다.

참... 기회가 되면... 엄마부터 읽어보기 바란다..


참고로.. 이 책의 수상내역


-캐나다도서관협회 선정 2017년 ‘올해의 최고의 책’
-독일 뮌헨 국제청소년도서관 2017년 ‘화이트 레이븐 상’
-스쿨라이브러리저널 선정 2017년 ‘그래픽노블 10선’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트벌 2016년 수상작



  


@ 책 속에서



- 우리 아빠는 운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운다는 말이 아니다. 그럴 때도 있긴 하지만. 우리 아빠가 지는 해를 보면서 운다는 말도 아니다.

~

사실, 나와 버스 기사 아쩌씨는 우리 아빠가 그렇게 우는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우선, 그건 술 때문이다.



- 세 모금 들이켜면, 눈물을 흘린다.

아빠는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를 부르다가 운다.



- 아빠는 옛날을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 네 식구가 같이 살았울 때를 아빠가 솜씨 좋게 뚝딱 흔들의자를 만들면, 엄마는 달콤한 버터 과자를 구웠다. 바닥을 기어 다니던 트뤼프는 옹알이를 했다.

~

차 안에서 했던 수수께끼 놀이와 다 함께 했던 눈싸움을. 엄마가 웃을 때의 환한 얼굴을.

나는 다 안다. 나도 그때 생각을 하니까.



- 엄마는 언제나 버스 터미널의 첫 번째 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문 옆 벽에는 노란 페인트로 '존은 제스를 좋아한다.'라고 적혀 있고. 그림이 그려져 있다.

~

오늘은 묻지 않았다. 엄마가 버스 문 앞까지 뛰어와서 트뤼프를 꼭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 엄마는 우리 집을 '숲 속 오두막'이라 부른다.

고속도로 옆 3층짜리 빌라의 꼭대기 층이 우리 집이다.

~

엄마는, 우리가 전에 살던 시골집의 정원만큼 멋지다고 말한다.



- 빌리다!

빌리는 안경을 쓴 인어요, 대지를 적시는 단비이며, 초콜릿 숲, 말 없는 여왕 같은 여자애다.

빌리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건 다른 사람들한테 몹시 실망해서 말의 사용법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그리고 나서 빌리는 안경을 추켜올린다.

흥분해서 안경이 내려갔던 거다. 나만 그걸 알아차렸다고 장담할 수 있다.

아무튼 그러길 바란다. 그 애 안경이 내려가는 걸 나 혼자만 본다는 것은 내가 그 애와 단 둘이 있다는 것과 거의 마찬가지니까.



- 나는 빌리를 처음 본 순간 단번에 사랑에 빠졌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나는 사랑이 심장 속에서 바퀴가 폭발하는 것처럼 마음을 아프게 만들 줄 미처 몰랐다. 달아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도 몰랐다.

나는 단지 대부분의 사랑은 안 좋게 끝난다는 것만 알았다.



- 거리에선 여름 냄새와 훈제 소시지 냄새가 난다. 나는 두 달간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빌리한테 고백하지 못할 것 같아 겁이 나고 어지럽다. 그 애한테 선물을 주라고 보리스가 제안했다.

보리스는 마치 전문가인 체한다. 빡빡이인 주제에..



- 그리고 나는 용기를 낼 진짜 기회였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세상에서 제일 멍청하고, 세상에서 제일 가망 없는 바보다. 주사위 한 쌍이 이 사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 "여보, 당신을 보러왔소. 당신을 보러 왔단 말이오."

엄마와 아빠가 아주 큰 소리로 이야기해서 나는 귀를 쫑긋 세울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곧 트뤼프가 독버섯을 삼키려고 할 때처럼 아주 긴급할 때만 쓰는 목소리로 소곤대기 시작했다.



- 나는 엄마한테 전화해 안심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말은 안 했지만, 우리가 떠나는 날 아침에 욕실에서 앞머리를 자르는 모습을 나는 봤다. 엄마는 걱정거리가 있으면 그런다. (즉, 엄마가 평소보다 더 걱정하나는 말이다.)



- 아빠는 우리가 하는대로 내버려 두고 거들지 않았따. 엄마가 알면 화낼 걸 알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빠는 간밤에 맥주를 한 잔 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했다.



- 아침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아니 트뤼프가 아직 시리얼을 한입 가득 물고 있을 때, 아빠가 짐을 싸야 한다고 했다. 우리 네 식구 모두 함께 뉴욕에 갈 거라고. 트뤼프는 굉장히 좋아했고, 부모님에게 제임스 브라운의 사진을 볼 수 있는 아폴로 극장에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 아빠도 용기를 냈다. 그래서 저녁 식사 때, 술 한 잔쯤은 괜찮을 거라고 자신했다. 화창한 여름날 저녁 공원에서, 아빠는 훈제 고기와 잠자튀김을 사 갖고 돌아올 엄마와 트뤼를 기다리면서 엄마도 술 한 잔은 좋아할 거라고 확신했다.

"아빠, 정말 괜찮아요?"

"루이, 걱정하지마. 이제는 다 달라졌단다."



- 아빠는 울었다. 뉴욕에서 몬트리올까지 차로 612킬로미터를 달리는 내내 울었다.

'요양원'앞에서 멈춘 자동차 안에서도 계속 울었다. 엄마가 아빠 손에서 빈 술병을 본 어제 이후로 아빠는 이곳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아빠는 이 곳에서 한 달간 지낼 것이다. 우리는 여기가 중독치료센터라는 것을 알았지만, 누구도 그 이름을 소리 내 말하고 싶지 않았다.



- 아빠는 우리가 떠날 때 특히 더 많이 울었따. 아빠는 두렵지 않고 다 잘될 거라고 말했지만, 그 반대일 게 분명했다. 아빠는 두렵고 다 잘 안 될 것이다. 분명 아빠는 치료받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트뤼프와 나를 돌아보고 나서.

그 순간, 아빠의 눈동자는 눈물에 잠겨 떨리는 듯 했다. 그 모습을 잊으려면 나도 아빠처럼 술을 많이 마셔야 할 것 같다.



- 아빠가 치료를 받게 된 뒤로 우리의 삶은 달라졌다. 변화도, 상처받는 일도 없어졌다.



- 그 애한테 걸어가는 동안, 마치 엉뚱한 유명인의 산책로 같은 발자국이 아스팔트 도로 위에 찍히는 동안, 보리스가 우리 두 사람을 희망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는 동안, 나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무엇을 만들어 내는지 깨달았다.

"안녕-빌리-잘 지냈어? 네-자전거-참-멋지다-음-안녕."

그건 바로 작은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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