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는 이름의 큰나무
레오 버스카글리아 지음, 이은선 옮김 / 홍익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 아버지는 내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사는 것을 보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렸을 적 생각했던 아버지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커다란 존재였고, 언제 어디서든 든든한 내 편이었었고, 무슨 일에도 상처받지 않고, 힘없이 늙어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는 그런 무적의 신적인 존재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나이가 되었다.

 

사랑학 강의로 유명한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아버지라는 이름의 큰 나무>는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일화와 함께 아버지가 그에게 준 가르침을 보여주고 있는 에세이이다. 그의 아버지는 유명한 사람도, 부자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아닌 평범한 이탈리아 출신의 이민자였다. 부를 남기지 못했지만, 빚을 남기지 않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자긍심을 가진 사람이었고,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다시 일어설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고, 작은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삶의 소중함과 자연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있었고, 자신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삶의 현장이 바로 배움의 현장이라는 것을 아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언어로 된 말도 있지만, 말보다 행동으로, 그의 삶을 함께 보내는 것을 통해 아들에게 전해졌다. 평범하고 때로는 약한 모습을 지녔던 아버지의 삶을 통해 그는 '있는 그대로의 삶, 있는 그대로의 사람' 그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과장되고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주려하는 현대의 부모들에게 '한 사람의 평범한 인간임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에게 한 사람의 평범한 인간임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것, 그렇기에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도 저지를 수 있지만 언제나 다시 일어나 미래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 아버지는 그게 올바로 사는 길이라고 믿으셨고, 그렇게 사셨다." - p.27

 

직원이 회사의 전 재산을 갖고 도망가 회사가 파산한 지경에 이르러 가정형편이 어려워졌을때, 그의 아버지는 어려운 상황을 감추기보다 가족 모두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세상이 끝난 건 아니잖아요!"

라는 어머니의 한 마디 말로, 그들은 자식들에게 한 번의 실패가 세상의 끝이 아님을, 삶의 실패가 아님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때, 가족 모두가 '서로를 의지해가며 가족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함'을 어린 자식들도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언제까지나 밤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란다. 아무리 깊은 한밤중이라도 곧 새벽이 찾아올 것을 알기에 어둠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단다." - p.34

 

 

가정형편으로 배움의 끈이 짧았던 아버지였지만, 누구보다 배움의 열정이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자식들에게 '하루에 한가지씩 배우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패밀리 타임'을 만들기도 했다. 저녁마다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오늘 자신이 배운 한가지를 발표하게 하고, 어떤 사소한 배움도 무의미하지 않다고 몸소 행동으로 가르쳐주었다.

 

"무엇을 배울까 하는 생각에는 한계가 있지만, 배움의 대상에는 한계가 없는 법이란다. 사람은 누구나 배우면 배운 만큼의 인간이 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란다." - p.58

 

 

 

"삶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끙끙 앓고 고민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자기를 둘러싼 세상을 밝게 만드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다. " - p. 178

 

우리들의 아버지처럼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아버지라는 큰 나무가 지닌 영향력과 삶의 철학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를 통해 가르침을 주었던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에게 아버지의 의미가 얼마나 커다란 존재인지, 좋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부모로서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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