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 창비세계문학 6
딩링 지음, 김미란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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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딩링의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라는 소설은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 ‘병원에서’, ‘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 ‘두완샹’이라는 각기 다른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는 위안부로 끌려가버렸지만 결국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전전의 이야기가, ‘병원에서’는 낡아버린 방식을 고수하는 곳에서 유일무이 새로운 정신을 가진 루핑의 이야기가, ‘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 ‘두완샹’에서는 각각 전쟁통 속 소년병과 중년 부인을 통해 가족을 제외한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된 두완샹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중 나는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라는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단편을 통해 책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가 보고자 한다. 


‘중국 현대사를 여성의 눈으로 기록하다’라는 책 띠지의 말처럼 작가는 전쟁을 겪는 여성의 입장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잘 서술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는 간결한 서술로 시대 속 비극을 담은 내용을 덤덤하게 나타내었고, 이는 독자가 조금 더 책에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 


책을 읽는데, 필자가 최근에 <무정>이란 책을 읽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단편 속 여성들의 끈끈함이 어쩐지 반가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정>과 별반 다르지 않은, 위안부의 삶으로 인해 몸이 더럽혀졌다는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가슴 전체가 답답해 오기도 했다. 

사실 난 <무정>을 읽을 때면 여성의 전부가 ‘순결’ 인양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며 진절머리가 쳐졌다. 하지만 그런 나 또한 편견에 갇혀 전전을 조금 신기하게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서술되는 그녀의 천진함이 어쩐지 이상하게 다가오기도 했으니깐. 물론 이야기 속 전전은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 힘듦을 내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과연 그녀에 대한 이상한 시선을 가져도 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종종 ‘극복할 수 없는 상처’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사실 그런 말을 쓸수록 상처받은 이들을 오히려 더 극복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나는 전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전전을 완전히 이해한다 말할 수는 없으며, 전전을 손가락질하며 그녀와 자신을 비교 선상에 올려놓으며 우위성을 뽐낼 수는 없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이 필자에게 이토록 당연하지만 가끔은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해서 말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 나온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전전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강압으로 일본군에게 끌려갔으며 그 전에는 ‘결혼’이라는 구조 속에서 수동적인 생활을 하여야 했다. 하지만 끝내 그녀는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말 속에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그녀와 함께 길을 가려하는 화자가 존재한다. 


나는 책을 읽고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들이 시대에 흐름에 자신의 삶을 정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었다면 과연 어떤 일을 했을까, 하는. 

그래,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살아있지 않은 가상의 인물들을 현실로 데려와 지금이라면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였을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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