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워크
스티븐 킹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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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황금가지'출판사의 도서지원을 받았습니다.

나는 이유를 모른다. 당신도 이유를 알지 못한다.

대체로 신조차 이유를 모른다.

정부가 하는 일이 원래 그렇다고 한다. 그게 전부다.

- 1967년 베트남 전쟁에 관한 일반인 인터뷰에서 인용

<로드워크> 中 프롤로그

간단한 줄거리

평범한 40대 가장인 바튼 조지 도스는 '죽은 아들'이 아직 살아 숨쉬는 집과, 평생 일해온 직장을 고속도로가 밀어버린다는 시의 계획을 알게 된다. 이 소식을 듣고도 회사 부지 이전 문제나 본인의 집 이사 문제 등 시급한 문제들을 미루며 위태로운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들이 다가오고, 결국 파국을 맞는다.

감상

애니메이션'up'이 떠오르는 소재이다. 기업체나 국가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공사들로 인해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는 원래 살던 사람들. 두 작품은 분명히 연관이 깊다. 하지만 풀어나가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 누구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해결점을 찾아가지만, 이 책에서 바튼의 상황은 분명한 비극이다. 두 작품은 모두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극단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그런 양 극단 중간 어디쯤에서 이런 일들이 항상 발생하고 있다. 누군가는 쫓겨나는 삶을 맞이해야 하며, 때로는 그에 맞서 연대하기도 한다. 이 책의 소재는 우리의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또한, 에필로그에서 '도스의 마지막 저항'으로 인해 사건의 전말이 나타난다. 784번 고속도로 확장 공사가 진행된 목적은 교통 여건이나 통근자의 편의성과 같은 이유와 무관하게 매년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로공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연방 정부가 배정하는 예산을 잃게 되어 예산을 타기 위함이다. 아마 우리나라도 같은 이유에서 하는 공사들, 예산을 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이 많을 것이다. 갑자기 멀쩡한 도로를 뒤집고, 보도블럭을 뜯고 새로 까는 일과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행정의 오류들은 언제야 바뀔지 모르겠다. 예산 배정과 사용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비판해주었으면 한다.

"안녕, 조지" 그리고 "안녕, 프레디"

표현의 특징

원래 자신의 아들과 하던 놀이의 일환이었다고 하는 이 '증상'은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데 이 작품이 가진 독특한 요소이다. 머리 속에서 '이성'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프레디'와 바튼의 대화를 통해 심리를 묘사한다. 어떤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프레디는 바튼을 말리거나 나무란다. 작품의 초반에 조지와의 말다툼이 많았던 프레디는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사라지게 되는데, 이는 바튼의 심리적인 붕괴, 절망을 나타낸다.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다음, 경찰과의 총격전이 있으면서부터 다시 프레디는 바튼을 말린다. 이 표현 장치는 그가 망가져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심리적인 갈등을 잘 표현해준다.

또한,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망가진 그의 마음과 알코올에 대한 의존과 약물에까지 손을 댄 그를 표현하는 방식이 구체적이다. 초월적인 감각을 묘사한다거나 후각 표현 등은 그의 심리상태를 잘 나타낸다. 도수 높은 양주를 마시고 나서 신물이 올라오는 냄새를 짙게 묘사한 느낌이다. 그런 표현들이 심한 불안과 초조로 시들어가는 바튼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당신을 보면 뭔가 오금이 저려, 도스. 꼭 갈 길을 정해놓고 거기서 한 발자국도 안 벗어나려는 사람 같아."

"맞습니다."

<로드워크> 中 p.412

총평

주인공의 심리 상태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서 충분히 호흡이 잘 쫓아가지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스토리가 눈에 띄게 매력적이지는 않았지만, 한 사람이 망가지는 과정에 대한 표현이 날카로웠다. 분노, 허탈감, 초조, 긴장, 불안을 잘 섞어가며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책을 읽게 만들었다.

표현에서 생각해볼 점

표현상에서 불편했던 점이 꽤나 있었다. 바튼이라는 인물이 나타내는 격해진 감정 표현을 위해 굳이 인종차별적인 표현이 있었어야 했냐는 의문이 있다. 또한 묘하게 흑인과 백인 라틴아메리카 계열을 구분짓는 표현은 꼭 필요했었을까. 바튼을 지극한 백인중심의 남성으로 나타내야 했었다면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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