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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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는 아주 섬세하고 예민한 INFx(J, P는 불분명) 유형의 남자입니다. 통계상 전체 인구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MBTI에서 가장 드문 유형이죠. 생각이 많은 편이라 무한히 발산하는 생각으로 인해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지는 때가 많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편두통은 뭐 일상이죠.


과거 한창 저와 다른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은 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지?", "저 사람은 왜 오늘만을 위해 살아갈까?" 등의 질문을 던질 때,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예쁜 표지의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책을 발견하고 며칠간 정독한 뒤,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던 중,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공감과 현실적인 조언을 얻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 자체는 구간(舊刊)과 동일했지만, 한국어판 서문을 비롯해 몇몇 추가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구간을 읽었던 게 너무 오래전이라 슬슬 되새김질을 할 때가 되기도 했죠. 여전히 무한히 발산하는 생각들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 책은 크게 '당신이 생각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이유 → 당신과 일반인의 차이 → 당신을 위한 생존 전략'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실 저와 같은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기존에도 많이 나와 있었지만, 이 책은 접근법에서부터 기존 책들과 큰 차이를 보였는데, 바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말로 위로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는 겁니다.


1장에서는 저자가 심리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수십 건의 실제 상담 에피소드를 제시하고, 우리의 감각은 남들보다 왜 예민한지, 우리는 왜 피상적인 이야기를 싫어하는지 등을 좌우뇌의 구조적 요인, 침 속 코르티솔 양의 차이 등을 통해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데, 정말 '공감'과 '과학적 분석'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습니다.


2장에서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하 PESM)'이라고 이야기하는, 생각이 많은 사람과 일반인의 차이에 관해서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지만 결국 우리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통해 서로 간의 이해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PESM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비하, 자존감 하락의 덫에 빠지는 것을 영특한 두뇌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로 위로해 주기도 합니다. 이른바 발상의 전환이죠. 이어 영특한 두뇌와 뛰어난 감각을 지닌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심리 조종자(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행하는 사람)'를 만났을 때 대응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며 PESM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안내해 줍니다.


마지막 3장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터질 것 같이 넘치는 생각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우리를 위한 솔루션을 안내합니다. 감정 일기 쓰기와 같은 활동으로 변화하는 감정을 수시로 정리하는 것, 닻 내리기 기법(좋은 기억과 연결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활용하는 것, 마인드맵을 이용하는 것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PESM이 호소하는 불편함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들은 전체 인구의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수이며, 결정적으로 이들의 내면세계는 너무나 복잡하고 풍부하여 같은 PESM끼리도 서로 이해받기 힘들기에 나 자신과 화해하고 이 책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통해 스스로 답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시중에 있는 어떠한 자기계발서보다도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PESM이 겪는 심리적 고통이 과연 선천적인 것이 맞는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가, 그리고 만약 후천적인 것이라면 그들도 일반인처럼 돌아올 수 있는 건 아닐까?"에 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심리학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Big5에서 예민함의 정도로 여겨지는 '신경성' 척도를 따로 둔 것은 예민함이 일시적인 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성격 특질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즉, 예민함은 바꾸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하나의 특질인 거죠.


둘 중 어떤 쪽이 맞든 그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 왔음은 분명하고, 심리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도 여전히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 책에서 제시하는 자아 성찰적 솔루션이 저를 포함한 PESM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우리가 생각을 줄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 이것을 장점으로 승화시켜서 생각 공장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생각들을 내 머릿속 저장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두자!" 이게 얼마나 멋진 솔루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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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의 의미 - MBTI는 과학인가?
박철용 지음 / 하움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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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INFx 유형의 20대 남자입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였기에 컴퓨터에 관심이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심리학에도 많은 관심을 두어 온 저는 10년쯤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MBTI라는 성격 유형 검사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지녀왔던 MBTI에 관한 관심은 올해 있었던 우리나라의 MBTI 대유행기를 보내면서 절정에 달하게 됐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MBTI를 심층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다는 욕구와 연결됐지만, MBTI에 관해 더욱 진지하게 공부해 보려고 해도 인터넷상에 있는 정보들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모순점이 있었기에 쉽지 않았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INFJ를 '감정형 중 가장 사고형에 가까운 유형'이라고 하는데 또 어떤 곳에서는 이를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하는 식이죠. 이런 식으로 모순이 되는 정보가 한둘이 아니라 정말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MBTI 정식 검사는 유료 검사인데 MBTI 검사의 형식을 모방한 무료 '유사' MBTI 검사 사이트가 정말 많아서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알기도 쉽지 않습니다. 언론에서도 정식 검사와 유사 검사를 헷갈릴 정도이니 말은 다 했죠. 비판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비판해야 하는데 유사 검사나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가지고 MBTI를 비판하는 기사를 보면 코웃음만 나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엄청난 양의 MBTI '파생' 이론이 너무 많이 나돌아다니는 것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8 기능의 위계 같은 개념은 MBTI를 바탕으로 한 제삼자의 또 다른 이론인데, 이런 게 마치 MBTI의 정식 이론처럼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이런 것에 관한 궁금증이 있어서 MBTI 정식 교육 과정을 수료한 강사에게 질문을 하면 “아… 이건 제가 뭔지는 아는데, 저희가 다루는 이론은 아닙니다.” 이런 답을 할 수밖에 없겠죠.


MBTI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에서 MBTI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이런 때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처럼) 정식 검사와 이론을 좀 홍보했으면 좋을 텐데, (물론 그런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아직) 정식 검사가 유사 검사보다 '훨씬' 인지도가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지라 여러 가지 복잡한 이론을 많이 접해 보았고, 또 그런 것과 맞닥뜨리는 상황을 좋아하는 편인데, MBTI와 관련된 오늘날의 여러 가지 상황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이걸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면 정말 흥미진진할 겁니다.


누군가가 나서서 ‘진짜 제대로 된' MBTI 이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었으면 좋을 텐데, MBTI 이론을 다루는 서적이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없어서 좌절하고 있던 참이었죠.


서론이 길었는데, 이런 고민을 하던 중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OO'에서 MBTI 관련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목차와 맛보기로 공개된 본문 내용을 보니 정말 가뭄에 단비라도 내린 듯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론 물리학을 전공한 분답게 MBTI를 샅샅이 분석해 놓으셨더군요.


그런데 책을 받아 보니 그 이상이었습니다. 스스로 MBTI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특히 MBTI는 칼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칼 융의 이론을 잘못 해석하여 적용한 부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부분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분명히 문제 제기가 있었을 텐데, 개선의 여지가 없었던 걸까요?


책에는 저자가 칼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MBTI의 이론을 재정립하는 부분이 많은데,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 주장을 펼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대표적으로 내향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I가 아니라 N 지표라는 내용입니다. I는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을 나타내지만, 이것과 내향성과는 별개의 차원이라는 거죠. 이처럼 MBTI를 상당히 잘 알고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은 "근간이 흔들리는 듯한" 매우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매우 많은데, 처음에는 상당히 당황스럽지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고 또 납득이 됩니다.


기존 MBTI에서 사용했던 외향형-내향형 1차원 모델을 소향형(IS), 내향형(IN), 외향형(ES), 양향형(EN) 이렇게 2차원 형태로 나눈 것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알고 있었던 주기능~열등 기능의 순서 역시 잘못된 유형 역동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예를 들어 내향적 직관형이라고 알려져 있던 INFJ와 INTJ 유형은 각각 내향적 감정형, 내향적 사고형입니다. 내향적 직관형에 해당하는 유형은 INFP라고 하네요. 이는 저자가 마이어스와 브릭스의 잘못된 유형 역동 이론을 칼 융의 주장에 맞게 재해석한 결과입니다.


이 책에는 매우 파격적이고 혁신적이면서 동시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 저자의 주장 역시 가득합니다. 그리고 (기존에 마이어스와 브릭스에 의해 잘못 해석되어 있었던) 칼 융의 이론을 재해석한 것뿐만 아니라, 저자의 독창적인 생각도 많이 실려 있죠. 책에 자문 내용이 실려 있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자의 주장이 어떤 것에 기인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출처에 해당하는 페이지 분량이 상당한 만큼, 설득력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MBTI 전문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고요.


저는 이 책이 단순히 출판된 데에 그치지 않고,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국의 MBTI 연구소에서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MBTI는 단순히 성격 분석 도구로 남아 있기에는 너무 아깝거든요.


MBTI 지표를 쪽으로 나누는 유형론을 기반으로 하지만, Big5 모델처럼 신경성 척도와 특질론을 도입한다면 좋겠다는 저자의 의견에도 무척 공감했습니다. 하루빨리 마이어스 브릭스 재단에서 저자의 제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MBTI 인간을 이해하는 더욱더 멋지고 좋은 수단으로 자리 잡을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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