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의 죽음을 통해 갈라지고 쪼개지고 으깨지고 녹아내렸다. 상실은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수많은 상실을 겪은 채 슬퍼하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될 거고 그것은 나와 관계 맞은 이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다. 엄마를 잃음으로써 내가 상실을 겪었든, 누군가도 나를 잃음으로써 상실을 겪을 것이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 상실의 늪 속에서 깊은 슬픔과 처절한 슬픔, 가벼운 슬픔과 어찌할 수 없는 슬픔들에 둘러싸여 종국에는 축축한 비애에 목을 축이며 살아가게 되겠지. "나는 슬픔을 믿을 거야." - P113
우리가 재현에 빠지고 싶지 않다면, 파편화는 불가피하다.(297)오해. 몇몇 오해에서 출발하지 않은 혹평이나 찬사는 (거의) 없다.(431)
쫀쫀함이 없달까, 문장이 설명적이다 보니 긴장감이 없다. 페이지가 훅훅 잘 넘어가는 장점(?!)은 있는데, 밀도가 낮아 대충 후루룩 넘기게 되는 건 또 단점. 일단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단번에 완독하긴 했는데, 끝을 보고 나니 많이 아쉽다. ㆍㆍ
로스토프는 정직한 청년이었다. 어떤 것에 대해서도 일부러 거짓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정확하게 들려줄 의도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짓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만약 그가 그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미 공격에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공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뚜렷한 개념을 세운 이 청중에게, 그리하여 그와 똑같은 이야기를 기대하는 이 청중에게 진실을 말했다면 그들은 믿지 않았을 것이다. (...) 진실을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 P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