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의 선택, 맨땅에 헤딩하기
유수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매우 정체가 불분명한 책이다. 자서전은 아니고, 에세이라 하기엔 동어반복이 지나치며, 영어 지침서라 하기엔 너무 단순하고, 그냥 해외 취업 안내서라 하면 저자가 섭섭해 할 거 같다.

언제부터 억대 연봉이 우리가 본 받을 만한 덕목(!)이 되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 책의 표지엔 이렇게 써 있다.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으로 억대 연봉자가 된 유수연식 해외 취업 성공기'
음, 그렇다면 이건 해외 취업에 성공하여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당찬 여성의 드라마로군, 하면 오해다.

그녀는 지금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으니까. 결국 억대 연봉은 국내 학원강사로 있으면서 받는 돈이고, 해외 취업은 그녀가 '한때' 하얏트 호텔에 호텔리어로 있었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근데 그게 책 낼만큼 대단한 일일까?... 하면 좀 의구심이 들지만, 따지지 말고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으로'에 방점을 찍이 이 책을 읽는 다면 그래두 꽤 읽어볼만 하다.

아직은 가진 것이 없고, 아는 것이 없고, 경험한 것이 없어서 현명할 수 없는 20대들이, 이 좁은 땅에서, 좁은 시야로 매겨진 평가에 연연하여 자신의 미래를 성급히 규정 짓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주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땅을 벗어나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자유롭게 클 수 있도록 스스로를 한번 놔주는 건 어떻겠느냐고. 진보할 수 있고,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라는 말은 아니다. 외국으로 나간다고 해서 성공이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곳에서도 모든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처럼 백그라운드에서 좌우되지 않는 이점은 있다. 이것은 우리의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p.199)

물론 나는 이 땅을 떠날 생각이 없지만, 스물 셋이라는 어린 나이에 학벌과 배경만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한국을 미련없이 떠난 저자의 용기는 분명 본 받을 만하다. 외국에서의 피눈물 나는 노력들 또한.

하지만 한자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그녀가 이 땅을 떠났던 이유는 사회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거 아니었나. 그런데 지금 기득권의 자리에선 그녀는 그 사회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단지 자신의 신분 상승을 성공 사례로 들며 '청년들이여, 이 땅을 떠나라'라니..

곰씹을 수록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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