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앞 셔터의 우편함과 가게 뒷문의 우유상자는 과거와 이어져 있어. 과거의 누군가가 그 시대의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넣으면, 현재의 지금 이곳으로 편지가 들어와. 거꾸로 이쪽에서 우유상자에 편지를 넣어주면 과거의 우유상자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49쪽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447쪽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무지 좋아하는데
이번에 나온 소설은 뭔가 허전하다고 해야 하나.
50% 부족한 느낌.
피해자일뿐인 어머니에 대한 이 가당찮은 반감은, 실은 마땅히 가해자로 향해야 할 분노가 차단된데서 생긴 엉뚱한 부작용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응당 가해자의 멱살을 붙잡고 떳떳이 분노를 터뜨려야 하는데, 도무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없다. 빨갱이로 몰릴까봐 두려운 것이다. 피해자인 섬사람들은 5만이 죽은 그 엄청난 비극을 이렇게 천재지변으로 치부해버린다.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것, 자신이 박복해서, 아무래도 전생에 무슨 죄가 있어서 당했거니 하고 체념해버린다. 허울좋은 이념때문에 폭동을 일으켜 살인,방화를 일사던 장본인들의 죽음이야 자업자드기라 하겠지만 어째서 양민의 숱한 죽음들마저 자업자득이란 말인가...어머니의 자격지심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모든 것을 당신탓으로 여겼다..고향섬해변을 수시로 침범하여 섬여자를 약탈,겁간,살인을 자행하던 왜구들이 전설 속에서는 해룡으로 묘사된 것도 바로 이런 연유가 아니었을까?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인 해룡. 해룡에게 먹히는 사람들은 다 팔자소관일뿐,해룡에 대한 적개심은 털끝만큼도 없다.-1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