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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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자 배리 로페즈의 회고적 에세이로. 그의 삶의 발자취와 함께 고통과 치유의 메세지를 담아낸 작품이다.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그리고 그런 자연과의 교감을 그려내는 작품을 예상했으나 그보다는 좀 더 회고록에 가까운 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기에 책 초반에는 잘 모르는 미국의 백인 남성의 과거사 풀이에 그치는 내용에 다소 실망감이 느껴졌다. 카톨릭 신자로서 성모의 존재를 느낀 두 번의 체험에 대한 이야기도 큰 감흥을 받지 못했고.


이 책을 읽는 것에 본격적으로 가속이 붙은것이 "무섭도록 풍부한 물" 챕터를 읽으면서 인 것 같다. 부모님의 불화와 이혼, 어린 시절에 겪은 성적 학대 등 고통스러운 삶의 순간을 이겨내게 한 근원인 '물'. 그것은 오래되고 무한한 인내와 함께 우리의 삶의 중심을 보존하게 하는 것들이다.

이런 샌퍼낸도밸리의 땅에 대한 저자 배리의 애정과 경외를 읽으며, 내 삶을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 "물"과 같은 공간이, 기억이 있을까.


간단히 언급될 줄 알았던 어린시절 성적 유린을 당한 이야기도 제법 디테일하게 나온다. 세세한 과정과 그로 인한 저자의 오랜 고통. 그에게 일어난 일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음에도 외면한 어머니에 대한 상처. 그가 어른이 된 뒤에도 쉽게 극복하지 못했던 트라우마를 심리치료를 통해서 극복해낸다. 그는 트라우마를 회복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내 사연을 자세히 모르는 타인의 포용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 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계속 반복해서 읽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거나 술술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자연에 대한 경이로운 묘사나, 흥미진진한 여행기를 담은 책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가슴을 두드리는 책이란 느낌이다. 변화하는 세상과 무너지는 가치들 속에서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메세지는 가슴을 울린다


"읽어버린 것에 대한 절망 속에서 죽기보다 앞에 놓인 가능성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암에 걸려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절망과 고통에 매몰되지 않고 감사하고 사랑하며 남은 생명을 만끽하던 그의 모습이 앞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글은 네이버 이북카페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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