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후퍼-우리 우주의 첫 순간

우리 우주의 첫 순간 - 빅뱅의 발견부터 암흑물질까지 현대 우주론의 중요한 문제들
댄 후퍼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3년 10월

댄 후퍼-우리 우주의 첫 순간

읽은날: 2023-10-05

한줄평: 현재의 우주론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한 초보자용..을 의도했지만 관련지식 제로가 보기엔 다소 어려운 책

스스로를 이과체질이라고 생각했고 대학도 생물과학과를 졸업했는데, 그런 내가 과학 분야에서 가장 어렵게 생각했던 것이 있으니 물리다. 고등학교 때 까지만 해도 달달 외워서 어떻게 점수를 받긴 했는데, 딱 거기까지 였기에 물리에 대한 모든 것을 멀리하고 살았다. 그럼에도 하늘의 별은 아름답고 자연은 경이로워서, 천체 분야에 관심 자체는 있었다. 우주에 대해 아는건 지금 보는 별 빛이 수백만광년 떨어진 별의 수백만년 과거의 빛이란 정도였을까. 아 마션 소설은 재밌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어딘가 귀여워 보이는 표지와 제목의 '우리 우주의 첫 순간'이라는 제목은 처음부터 나를 설레게 했다. 그리고 지금은 급변하는 과학의 시대니까, 지금 쯤 많은 우주의 스토리가 밝혀지고 정리되었겠지 생각했다. 말로만 듣던 빅뱅에서 시작해서 상식 수준에서 우주를 좀 배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펼쳐든 책이다.

오... 책을 한 30%정도 읽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그 자체였구나. 분명 이 책은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책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주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온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면에서 사람들의 인식과, 연구자들의 방향성을 바꾸어 놓았는지를 말해준다.

생각보다 많은 증거가 나왔고, 많은 관측장비를 통해 많은 사실이 밝혀지고 이론이 수립되고, 기존의 이론이 반박당했다. 우리가 과거로 가서 빅뱅의 순간을 목격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을 비스무레... 비스무레한가? 어쨌든 비슷하게 재현해 내는 거대 시험장치가 프랑스쪽에 있다고 한다. 꽤 많은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꽤 많은건 역시 미지의 영역이다.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이런게 명확히 정의된게 아니었다니...

저자는 우주론의 개념들이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어려운 이론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많은 예시를 풀어준다. 다만 너무나 까마득한 숫자는 현실감이 없어서 잘 와닿지는 않았다.

아득한 우주의 첫 순간 지금보다 훨씬 밀도있고 뜨겁던 우주는,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찰나의 시간에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풍선을 불면 풍선 위의 두 점 사이는 멀어지고, 더 멀리 있던 점은 더 빠르게 멀어지는 것처럼.

위의 풍선의 예와 같이 다양한 예시 중에 몇개는 이해했고, 그런 과정에서 전혀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어 흥미로운 한 편 이 책의 내용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유명한건 알았지만 천재란 거 말고 구체적으로 뭐가 뛰어난지 몰랐는데, 적어도 우주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게 되었다.

분명 전문가용 책은 아닌데 입문자용 교양서 치고는 난해하다. 게다가 저자는 첫 장에서 밝힌다.

이거 결말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고..

'이 책은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책이자,

아직 해결되지도 않고 답도 없는 문제들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오늘의 미스터리는 내일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사실 내가 바란건 초보 수준의 깔끔한 결말이기에 첫장에서부터 나의 기대는 배신당했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내용을 건졌고 신선한 자극을 주는 책이었다. 조금 아쉽다면 챕터별로 정리 문구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 책에 언급되는 지나치게 크고도 지나치게 작은 숫자들을 보다보면 정말 인간과 생이란 얼마나 사소하고 부질없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 글은 네이버 이북카페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