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 예술 너머 1
임지영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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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가진 취미가 세 가지 있다. 만화와 독서, 영화다. 한글을 뗀 후부터 만화에 빠졌다. 그림과 글이 공존하는 상상의 세계였다. 만화에 대한 사랑은 그림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공책에 만화를 그렸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미술부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도 그림을 잘 모른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 괜스레 위축됐다. 작가들이 그림을 통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나에게 그림에 대한 안목을 새롭게 일깨워 준 책이 있다. 임지영의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학교도서관저널, 2022)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서 문화예술학을 전공했다. 1994년 동시로 등단한 후 동시와 동화를 쓰면서 10년 동안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그런 경험과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예술은 나를 보는 거울이자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말한다.

 

예술을 통해 만나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그림 한 점을 응시하는 건 거울을 보는 것과 같아요. 때때로 어여쁘기도 하고 그늘지기도 하고 숨고 싶기도 하니까요. 모두 함께 그림을 보다 보면 어느새 거울은 창문으로 바뀝니다. 먼 데서 불어오는 바람과 푸른 하늘, 모두를 향해 열리는 느낌이지요. 거울과 창문으로 우리는 나를 들여다보고 서로를 바라보며, 세상 속으로 가만가만 나아갑니다.”(199)

 

저자는 강조한다. “당신은 예술 향유자다.” “당신이 주체이고 작품은 대상일 뿐이다.” 왜 나는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작품을 만나면 위축되고 쫄았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생각했다. 이런 작품을 어떻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겠어.” 무언가 이해하기 어려운 깊은 주제를 담고 있을 거야.” 지식을 충분히 갖춘 후에야 예술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니! 아이들 예술수업에서 저자가 하는 마지막 당부가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예술 잘 몰라도 돼요. 안 좋아해도 돼요. 모든 건 나의 취향이고 나의 선택이니까요. 하지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집 앞에 있는 나무와 꽃들을 보면 단 하루도 같은 모습이 아니잖아요. 매일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지요. 그걸 알아채고 신기하게 여기 눈, 그걸 바라보며 아름답게 여기는 마음, 여러분의 눈과 마음이야말로 특별한 것이고 진짜 예술이라는 것만을 꼭 기억해요!”(24)

 

저자는 예술은 지식이 아니라 감각이라고 주장한다. 미술관의 도슨트와 같은 지식이 없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예술과 친해지는 7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쫄지 마세요. 응시하세요. 권리를 가지세요. 순간 이동하세요. 기록하세요. 나누세요.” 관심을 가지고 예술에 다가가서 응시하고 느낌과 감상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과 나누라고 권한다. 미술관에 가서 모든 그림을 다 볼 필요가 없다는 충고도 좋았다. 대충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그림에 가서 그림과 대화하라고 한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글쓰기에 있다. 저자는 예술 향유자가 되는 최고의 방법으로 응시와 기록을 권한다. 그림과 만나는 응시의 시간 3, 삶과 예술이 만나는 글쓰기 시간 15분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그림과 글이 만나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글을 쓰는 15분을 마법의 시간이라고 고백한다. 이런 글들은 예술 에세이가 될 수 있다. 이런 예술적 공감이야말로 우리의 내면을 정화시키는 아름다운 순간이 될 수 있다. “공감은 특별한 능력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빙그레 미소 지으며 끄덕이는 것, 그를 보는 눈빛에 따뜻함이 어리는 것! () 예술은 우리들의 일상이고 삶이어야 한다는 것을요.”(29)

 

이 책을 만난 후 예술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변했다. 이젠 어떤 작품에도 위축되지 않는다. 대가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내 취향과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돌아선다. 내 마음에 감응하는 작품에만 다가간다. 먼저 가만히 오래 쳐다본다. 가까이서 보기도 하고 떨어져서 보기도 한다. 귀퉁이도 보고 가운데도 살펴본다. 그림 속에서 들어가서 상상하고 작가와 대화도 나눈다. 그리고 노트를 꺼내서 글을 쓴다. 이 책에는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 그림을 보고 글 쓰는 방법, 예술 감성 교육을 기획하는 방법 등 다양한 노하우가 담겨 있다. 그림을 좋아하는 이, 예술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이, 자녀에게 예술 교육을 하고 싶은 부모나 교사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예술 감성 교육은 바로 그 감동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그림 한 점 앞에서 그 색감이 주는 다채로운 감정을 느껴보는 것, 그 형태가 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떠올려보는 것, 그 순간이 주는 특별한 감흥을 감각해보는 것, 감성을 쌓고 길러 일상에서 더 많이 더 자주 행복해지라고 우리는 예술에 다가가는 것이죠.”(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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