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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야수 1
마츠모토 토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난 우울할 때면 꼭 미녀는 야수를 편다.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여주인공 야마시타 에이미와 멋지구리하기 이를 데 없는 남자 와니부치가 그려지는 고등학교 생활이 너무 유쾌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전근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가게 된 에이미는 무지 둥글둥글한 성격이다. 가끔 멍청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이 때 그림이 코믹한 4등신으로 변환!) 특유의 단도직입적인 행동방식(외출금지 시간에 기숙사를 나가기 위해 사감선생님을 과자 선물세트로 매수하는 식!)으로 자기 법 테두리 안에서 법 없이 사는 인간이랄까. 아무튼 에이미를 보고 있으면 에이미의 맑고 밝은 마음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오는 것 같다.

 반면 와니부치(에이미는 '와닝'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는 보는 순간 한기가 '후~'하고 불어제껴지는 녀석인데 키도 엄청 크고 몸매도 완전 잘 빠졌다. 그러니 주위사람들이 괜히 겁먹고 설설 기어서 알아모시는 바람에 킹카인데도 여친이 없는 상태로 남아있었던 거다. 그러니 주위 평판 신경 안 쓰는 에이미가 홀랑 집어다 '찜'하고 말았다.

 에이미의 난데없는 출연과 멋대로 지은 애칭에도 별다른 반응없이 순순히 남자친구의 수순을 밟혀주는 와니부치. 이 때 깨닫게 되는 남자공략법 제1조. 나만의 애칭에 길들여지도록 해라. 그러고보니 토요일 저녁 나만의 왕자니 햇살이니 고양이니 해대며 남자출연자를 부르는 그 프로! 그 작가 분명 '미녀는 야수'를 탐독한 자 틀림없으리라.

 다시 에이미로 돌아와서 에이미의 무방비 순진무구 공격이 시작된다. 바로 비 오는 날 와니부치의 알바 가게에 우산 갖다주기. 여기서 또 하나 줍는 남자공략법 제2조, 무조건 들이대라! 하하. 비오는 날을 생각해보라. 그냥 비가 아니라 장대비.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해도 습기로 축축 처지고, 비옷을 입어 옷태는 최악의 상태를 달리는 상황에서 에이미는 갔다. 우산을 갖다 주려고! 그 상황에서 내 몰골 걱정이나 '내가 우산을 갖다 주면 그가 이렇게 반응할 테니 그 때 대사는 이렇게 치고.. 중얼중얼' 하는 시나리오 작성을 저 만치 미뤄뒀단 말이다. 쿨 가이를 차지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것 같다. 그저 들이대고 들이대는 것. 그 남자에게 내 존재를 마구 알리는 거다. 후후

 아, 이렇게 페이지 술술 넘기며 남자공략법도 찾고 에이미와 와니부치가 점점 러브러브 모드로 발전해가는 것도 보고 양념으로 등장하는 바보커플들의 실소 개그 시리즈도 지나다보면 몇 번씩이나 웃게될 것이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읽을 때마다 또 다른 재미거리를 발견하게 될테니 꼭 옆에 두고 틈틈이 꺼내보는 애독서로 삼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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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쿠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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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만화 '오오쿠'의 표지는 '서양골동양과자점'이나 '플라워 오브 라이프' 등에서 익히 보아온 샤방한 꽃미남 대신 무게감있는 무사가 자리잡았다. 검은 표지의 무사가 눈을 들고 바라보는 것부터 벌써 작품의 무게감을 전하고 있는 듯 하다.

그동안 알려진 작품에서 남남간의 관계이든 남여간의 관계이든 가벼운 터치로 그려냈던 요시나가 후미가 '오오쿠'에서 달라진 모습을 선보인다. 작정하고 그동안 쌓은 내공의 깊이를 보여주려는듯 처음부터 작정하고 검은 먹칠 배경에 나레이션을 깔아두었다. '오오쿠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는 외부로 발설하지 말라-고.' 

선이 가는 남성들의 모습을 멋지게 그려냈던 전력대로 '오오쿠'의 남성들은 무척 멋지다. 가늘게 찢어진 눈과 날카롭게 떨어지는 콧등은 여전히 '오오쿠'를 아름답게 빛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에도막부라는 시대배경에 맞추어 당시의 복식이 현란함을 더한다. 천에 수를 놓은 문양과 잘 빗어넘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섬세하게 묘사된 것이 대사 없는 컷에서도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스토리 또한 탄탄하게 짜여 제1권을 통틀어 도입부로 쓸만큼 긴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극심한 성비불균형으로 인해 남자의 수가 매우 적고 여자의 수가 많아 여자가 가업을 잇고, 쇼군이 되는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대체 작가는 시대물을 배경으로 하면서 시대와 정반대의 설정을 어떻게 풀어갈 셈일까.

다만 한가지 흠은 너무 많은 주석.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고유명사가 많이 등장하다보니 일일히 주석을 달아 해결해야 했던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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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빌에서 만나요 3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그린빌에서 만나요는 보는 순간 주인공 '도윤'에게 마음이 확 빼앗겨버리는 만화다.  누구나 살면서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보통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저 '저 사람은 나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군'하며 다시는 상종하지 말자거나 그 사람의 존재를 마음 속 한 귀퉁이로 밀어놓기 일쑤다. 그런데 도윤이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무시하는 간단한 방식보다 끈질긴 고투를 선택했다.

도윤이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을 떠났던 엄마, 이유 없이 자기 곁에 오고가고를 반복하는 친구들의 행동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왜 그 사람은 그때 그렇게 행동했을까', '나는 그 사람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했어야 옳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물론 도윤이의 의식흐름이 길어지는 부분에서 독백의 양이 많아지고, 동적인 사건보다는 정적인 전개가 주를 이루다 보니 그린빌을 지루하다고 멀리하는 독자가 있다. 하지만 조금만 도윤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느새 도윤이에게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발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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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고드윈 1
박설아.유진수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메리고드윈은 특별하다. 남녀의 애정전선 변주가 주축을 이루는 순정만화계에서 독특하게 공포와 추리를 근간으로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공포와 추리라고?, 난 됐어. 음침한 이야기는 질색이거든.’이라며 고개를 젓기 전에 책을 한 번 펼쳐보기 바란다. 그 순간 여러분은 순정만화의 지평을 넓히는데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애초 이 작품은 잘 기획된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만화사의 기자가 좀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을 때, 극화담당 작가가 현대물은 무리라고 대답했고, 스토리 담당 작가가 소설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대답하면서 무섭고, 고전이며, 소설가가 등장하는 메리고드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기획력과 치밀한 사전조사 두 작가의 협력 등이 어울려 만화의 시작과 끝내내 완벽한 균형미를 갖춘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은 공포와 추리를 근간으로 하지만 만화 곳곳을 온통 피를 뿌리는 장면으로 뒤덮거나 사건을 일으킨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혀내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공포는 등장인물들의 놀란 눈, 수심이 서린 표정 등으로 대체되고, 범인이라 칭할만한 사람은 작품 초반부터 한 명 밖에 나오지 않는다. 작가들은 좀 더 고차원적인 방법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데 그것은 바로 진짜 공포스러운 것은 사람이라는 명제다. 85년생 동갑내기 작가 두 사람은 등장인물 각각이 가진 욕망들이 어떻게 꿈틀대는지, 그들의 잘못된 욕망들이 어떤 비극적인 결과를 내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주인공 메리는 매우 입체적인 인물로 설정되었다. 그녀는 강건한 심정의 소유자 같이 보이지만 전 부인과 이혼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채 동거중인 남자, 퍼시와 관련된 문제라면 매우 심약한 모습을 보인다. 서로 사랑하기는 하지만 ‘결혼’이라는 틀에 완벽히 부합되지 않는 관계에 불안정해하며 어떻게든 단단히 퍼시와의 단단한 가정을 꾸리고자하는 욕망이 내재되어있다. 이런 욕망들이 퍼시의 전 부인이나 아이들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발현되고 이 미움을 이용하여 악(惡)이 꿈틀대며 자라나게 된다.
한편 퍼시는 메리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만을 말했을 때에도 그것을 발전시켜 글을 써보라고 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지만 이혼문제가 나오면 일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그저 넘어가려는 욕망에 충실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이런 욕망 때문에 현실적인 메리와 간극이 벌어지기도 하고 이 틈새를 통해 악(惡)은 고개를 점점 쳐들게 된다.
이 외에도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아픔과 그 아픔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해결하고자하는 욕망에 쌓여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런 등장인물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니며 가면 속에 얼굴을 숨긴 채 ‘나, 범인이요. 그렇지만 나에 대한 추리는 읽는 내내 계속해야 할 걸!’이라며 야릇하게 웃고 있는 사람에 의해 벌어지는 이야기 전개에 빠지다보면 처음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마음은 점점 잊혀 질 것이다.
시간을 내어 아픔이 너무 많아 뒤틀어진 마음들이 빚어내는 메리고드윈에 도전해보자. 먹으로 그려낸 배경과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적응되는 순간, 마치 액자소설처럼 만화와 만화속의 만화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야기에 넋을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진짜 공포는 사람에 의한 것인지 귀신에 의한 것인지 밝혀지는 찰나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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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 스트릿 1
카미오 요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매력포인트 하나. 주인공
열여섯.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내기조차 버거워하는 주인공 케이토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일본 순정만화에서 무조건적으로 씩씩하고 뭐든지 열심히하는 근성으로 가득찬 여주인공에 신물이 난 독자에게 맞춤 접근 캐릭터인 것이다.

매력포인트 둘. 희망이야기
이야기는 대절망 속에서 시작한다. 아이러닉하게도 밑바닥을 친 이야기는 위로 올라가는 길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캣스트릿"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케이토가 여느 날처럼 길을 나섰을 때 희망으로의 초대장(엘리스톤이라는 프리스쿨의 교장과의 만남)이 우연히 날아들고 케이토는 지겨운 여생이 아니라 희망찬 내일을 꿈꾸게 된다.

매력포인트 셋. 계속되는 만남
그리고 만남. "캣스트릿"의 또 다른 매력은 케이토에게 자꾸만 찾아오는 만남이다. 교장선생님을 만나고, 없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한 명 있었던 초등학교적 친구도 만나고, 예전 팬을 만나고... 중첩되는 만남을 통해 케이토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점점 그들과 마주서게 된다. 그리고 그 만남 속에는 잘못된 인연으로도, 가슴설레는 사랑으로도 진행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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