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줌마, 겁날 게 뭐 있어! - 전업주부의 자기 계발, 무한도전
한수정 지음 / 더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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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취업 시장도 함께 얼어붙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취업이 어려웠다. 쉬웠던 적이 없었다. 수십, 수백개의 이력서를 보내고,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면접을 보고서야 합격 통고를 들어볼 수 있었다. 나이는 물론, 가족 관계나 결혼 여부까지. 자아 실현을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닌데 회사들은 내게 지나칠 정도로 엄격했다.


어렵게 막상 회사원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지만, 사회는 더욱 녹록치 않았다. 적응하며 겨우 일을 익혔다 싶더니 우울감이 찾아왔다. 매일매일 캣휠 돌리듯 반복되는 생활이 지쳐갔다. 







"나에게 자기계발은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되었다. 눈에 띄는 성과가 따르는 것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내가 몰두할 수 있고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자기 계발이라 느꼈다. 특별한 무언가를 새롭게 하지 않아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자기 계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58쪽)"


저자의 경우, 전업주부가 되면서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니 마음이 답답답하고 침울한 것이 외적으로도 그렇게 드러났다. 육아에 대한 열정을 덜기 위해서 도전했던 것이 자기 계발의 영역이었다.


그렇게 본인의 삶에서 나온 말이어서 그런가, 이 문장이 참 와닿았다. 특별하고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 것. 내가 퇴근 후 1시간씩 버스를 타고 영어 학원에 가서 배우지 않아도, 너무 지치고 힘든 하루여서 빠지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내가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 열정을 가진 그 무엇을 '자기 계발'이라고 해주어서 좋았다. 


언젠가부터 잊기 시작한 꿈이 다시 생생해질 정도로 마음이 벅차오르는 일. 꼭 멀리 바라보고 시작하지 않아도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 이런 것들이 다 나를 '계발' 시키는 일이었다.


나도 참, 체력이 좋았던 것 같은데. 소싯적(이라고 쓰고 라떼라고 읽는다)에는 하루에 20시간도 넘게 아르바이트를 뛰고, 한 달에 하루를 쉴까말까 할 정도로 놀러다녔다. "몸의 힘, 체력이 떨어지니 매사에 무기력했던 것 같다. 눈앞에 주어진 일은 꾸역꾸역 했지만, 의욕 넘치고 적극적이지는 않았다.(118쪽)"







체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사람이 무언가-숨 쉬는 것, 물 먹는 일이라도-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필라테스를 배우며 체력을 길렀다고 했는데 나에게도 필라테스를 배웠던 적이 있다. 필라테스는 제대로 된 호흡법부터 알려준다. 운동을 하며 알려준 호흡을 하다보면 정말 힘들다. 달리기처럼 뛰지 않아도 저절로 숨이 찼다. 체력이 강해지면 저절로 정신도 강해진다. 달 초에 건강검진을 하며 의사선생님께 꾸중처럼 들었던 말을 되새겨야 했다. '운동은 시간을 만들어서 해야 합니다.' 오늘부터라도 홈트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회사생활을 하며 두 개의 자격증을 땄다. 당장 쓸 일이 생겨서라기보다 나도 자기 계발의 일종이었다. '자격증 콜렉터'라며 의미 없는 곳에 시간을 쓰지는 않았나 되돌아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의외로 하나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듣는 사람에야 몇 달 만에 땄다더라, 조금만 하면 된다더라,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면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더욱 대단했다. 육아만으로 몸이 두 개여도 힘들텐데, 관심 갖던 것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자격증까지 성취하다니! 


그리고 작가에 이르기까지.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도전적이냐, 좋은 말 뿐만 아니라 안 좋은 말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책을 내기까지의 감정이 내게도 느껴졌다. 결과에 상관 없이 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응원하고 싶다. 나도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서라도 하루하루를 쌓아나가는 삶을 살아야겠다.



※ 프로방스 서포터즈 1기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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