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얼음 - 경계인 송두율의 자전적 에세이
송두율 지음 / 후마니타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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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경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경계의 자유를 얻기 위해 그는 무엇을 버리고 또 얼마나 큰 고독을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유신헌법 시절 반체제 인사로 분류되어 한국 입국이 금지되었다가 2003년 참여정부 시절 '해외 민주인사 한마당'에 초청되어 고국 땅을 밟았으나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회고록이다. 다행히 9개월의 옥고 끝에 집행유예로 풀려나긴 했으나 몇십년간 귀국하지 못한 채 해외에서 민주화 운동과 철학연구에 매진하던저명한 교수를 북한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처 넣었다는 사실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송두율 교수의 방문이 거론되던 시점부터 흥미가 생겨 그의 저서 몇 권을 찾아 읽었으나 사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하버마스에게 사사받았다는 그의 철학은 내게 너무 어렵다. 결국 내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어쩌면 할아버지 시절부터 유랑민처럼 떠도는 운명이 지워진 듯한 그의 삶일 것이다.
송 교수가 정서적으로 호소했다면 이념을 떠나 인간적인 동정심을 사고 한국 사회에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그가 한국에서 그 고초를 겪고도 여전히 학문적 소신을 굽히지 않고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경계인의 삶을 택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여전히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하고 통일을 염원하며 남과 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교류하기를 바란다. 이는 평생을 그 목표에 바쳐 이제 포기할 수도 없는 구 운동권 인사의 빛바랜 염원이라기보다는 학문으로 남북을 연구한 학자의 고집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가 다시 한국을 방문한다 해도 이후의 상황은 2003년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극우세력과 보수언론은 그를 난도질할 것이고 진보세력은 그를 부담스러워 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 남한의 우리는 통일에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젊은 세대는 거꾸로 보수화되었다. 통일은 이제 우리의 소원이 아니다. 오히려 분단이 더 자연스러운 지금의 상황에서 남과 북 그 어디도 선택하지 않고 경계선 위에 머무르겠다고 하는 송 교수는 구세대의 유물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남과 북이든 진보와 보수든 남성과 여성이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거나 또는 속하기를 거부하는 경계인은 있을 수 있다. 그 경계인을 얼마나 용인할 수 있는지가 그 사회의 수준을 말해줄 것이다.
희망을 갖되 그 희망이 객관적이고 냉철한 상황판단 위에 놓아야 한다는, 자신은 그것을 불타는 얼음이라 부른다는 송두율 교수가 다시 그토록 그리워했던 제주와 통영을 방문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때는 한국 사회가 조금더 자제력을 가지고 그를 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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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팟캐스트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제3세계 작가들은 일종의 비주류라는 편견에도 시달려야 한다고 한다. 한 예로 오르한 파묵같은 터키 작가라면 그가 쓰는 소설이 터키인의 민족정신을 대변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는 철저하게 아무 제약없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사유해야 하는 창작자들에겐 자신을 옭아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이런 편견은 제3세계와 같은 지역뿐만이 아니라 성별과 인종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여성’이며 ‘흑인’작가인 토니 모리슨 역시 이런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내게 [자비]는 처음 접해보는 토니 모리슨의 책으로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가 느낀 당혹감과 낯설음 역시 그런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당연히 ‘흑인 여성’이 미국 사회에서 겪는 인종적, 성적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예상하며 책을 펼쳤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억압과 차별은 특정 인종에 국한되지 않고 너무나 다양했다.

흑인 노예인 프랜시스와 그 어머니는 물론이거니와 인디언 출신인 리나, 혼혈아인 소로뿐만 아니라 백인 지주인 제이콥 바크와 아내 레베카까지도 모멸섞인 대우를 감당해내야 했고

공정하고 너그러운 편이었던 바크의 농장 구성원 사이에서도 서로에 대한 차별과 격리는 존재하고 있었다.

심지어 같은 백인 사이에서도 어린 소녀를 “마녀”로 몰아 단죄하려 드는 ‘나와 다른’ 상대에 대한 증오와 폭력은 읽는 이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미국 건국 초기나 지금 한국이나 타인에 대한 적대감과 분리주의가 사회 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다는 사실은 뭐가 다를까?

등장인물들간의 갈등은 결말에 가서도 해소되기는커녕 더 깊어진다.

공동체는 깨지고 소녀는 버림받고 고용주와 고용인과의 유대감은 사라져 버린다.

폐허가 되어버린 바크의 새 저택처럼 참담하게 무너져 버린 이들의 공동체에 프랜시스의 어머니가 남긴 편지가 희망이 되어줄 수 있을까.

프랜시스의 어머니는 “기적은 신이 내리는 것이지만 자비는 인간이 베푸는 것‘이라고 말한다. 타인에게 ’자신을 지배하는 힘을 주지 않는 것‘이 바로 자비라고 말이다.

누구에게도 자신을 지배하는 힘을 넘겨주지 않으려면 신에게도 남자에게도 기대지 말아야 한다.

늘 신발을 신어야 했던 프랜시스는 애인에게 배신당한 후 홀로 일어서고 그녀의 발바닥은 단단해진다.

미국 건국 초, 아직 흑인 노예들이 낯설어 ‘니그로’가 아닌 ‘아프리카인’으로 불리던 시절에 흑인 노예의 딸로 태어난 소녀가 맨발로 집을 나선다. 우리가 아는 미국 역사대로라면 그녀와 그녀의 후손들 앞에는 더 끔찍한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제물로 삼아 상대방에게 모든 적의와 저주를 쏟아붓는 일은 참 쉬운 일이다.

쉬운 일이기에 그것은 ‘주인의 철학’이 아닌 ‘노예의 철학’이다.

자신을 지배하는 힘을 타당성 없는 증오에 넘겨주는 것은 절대신이나 권력자에게 의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타인에게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자비’를 베푼다는 것, 우리는 과연 그렇게 강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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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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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할 정도로 매력적인 책. 사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악몽의 연속을 주인공들을 따라 헤매다 보면 어느새 낯선 세계에 와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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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책, 최장집 한국어판 서문 ㅣ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 2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최장집 한국어판 서문, 박상훈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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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회자되는 정치학 관련 도서중 하나지만 그에 따른 오해도 많아 언젠가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책입니다. 마침 박상훈님의 번역에 최장집 교수님이 서문을 다셨다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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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이사야 벌린 지음,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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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의 이런 저런 책은 집적거렸는데 정작 평전은 못 읽어 봤네요. 지은이가 이사야 벌린인데다 로쟈님이 추천한 책이라니 믿음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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