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알라딘에서 우연히 건진 <좀머씨 이야기>, <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예전에 많이 읽었던 헤세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져 쥐스킨트의 책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콘트라베이스>도 앞의 두 책과 분량이 비슷한 100p남짓의 짧은 단편 소설입니다. 제목에서와 같이 이름을 모르는 어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방음이 잘 안되는 자신의 방에서 불분명한 상대에게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의 역사와 음색에 대해 들려주는 룸 살롱같은 분위기에서 소설은 시작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연주자는 콘트라베이스가 들어간 다양한 클래식 곡들을 연주하거나 들려주기도 하고, 그 음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풀어냅니다. 그러다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연주자가 오케스트라 내에서 가지는 중요성과 현실적인 대우에 관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마치 푸념을 하듯 원망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콘트라베이스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콘트라베이스를 그 누구보다 증오하면서도 사랑하는 한 연주자의 삶을 소설 전반에 엷게 펴 바른 느낌입니다. 말하자면, 콘트라베이스에 가까운 모든 삶의 조각을 엮어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모노드라마를 창조해 냈습니다. 이 책을 다 읽어보기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결코 이 책이 재미없어서는 아닙니다. 독특하고 독창적인 매력을 지닌 음악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헤세의 게르트루트와는 또 다른 맛이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