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 진짜와 허상에 관하여
에밀리 부틀 지음, 이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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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는 말 그대로 '진정성'을 낱낱이 파헤치는 책이다. 평소 우리가 진정성에 집착하는지조차 깨닫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우리가 얼마나 '진정성'에 함몰되어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에밀리 부틀은 6가지 범주로 진정성을 이야기한다. 셀럽, 예술, 제품, 정체성, 순수성, 고백 등의 구성이다.


사실 진정성이라고 하면 나에게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셀럽 혹은 정치인이었다. 흔히들 보이는 매체에서 대중에게 진정성을 어필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렇게 구축된 이미지로 삶을 영위하거나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 나가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이 책의 1~3장 정도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리고 1장에서는 역시 셀럽들이 소비하는 '진정성'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 시대에 어떻게 상품화되고 언론에 소비되는지 그 역사를 짚어주며 그 이면을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가장 감명받았던 부분은 바로 '리얼리티' 방송과 관련된 얘기였다. 우리 주변에도 유행하는 예를 들어 환승 연애, 솔로 지옥과 같은 방송들. 한때 아니 지금도 엄청난 유행이지만 나는 그런 연애 프로그램에 흥미가 없을 뿐더러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열광하는지 늘 의문이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키포인트는 바로 '진정성'이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에게 진정성을 부여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 일종의 셀럽으로 만드는 과정인 것이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셀럽이 된 일부는 일반 연예인과 다르게 시청자들이 일종의 성공한 이를 위한 무대를 자처해서 만들어주고, 셀럽의 지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니 주변에서 왜들 그렇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열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진정성에 관한 호소는 늘 그 형태와 어법을 달리했고 셀럽이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방식도 변화무쌍했다.

특히 sns가 활발해지면서 비하인드 스토리나 개인의 아주 개인적인 부분까지 들어낼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하게 진정성의 어법을 활용해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고 대중들의 환상을 깨지 않으면서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가 이어지니 진정성이란 우리 삶에 꽤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게다가 이 진정성은 우리를 취약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진정성에 더 집착할수록 흑과 백의 영역처럼 진정성이 아닌 가짜 혹은 허상들과 대비되는 지점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즉 진정성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해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그 가치를 부인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 제품을 소비하거나 혹은 셀럽이나 연예인을 좋아하게 될 때도 물건이나 사람의 진정성을 척도로 판가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따지는 진정성은 하지만 언제든 만들어질 수 있는 허약한 허상이라면 이러한 집착은 과한 분열을 가져온다.

또 이런 흐름은 우리 개인 자신에게도 향한다. 나 자신의 진정성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찾아본 적은 다들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내가 직업이나 어떤 가치에 진정성이 부족하지 않은가 스스로 검열을 하는 순간들이 있다. 진짜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나에게도 가차 없이 필요 없는 부분으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진정성에 대한 집착은 굉장히 무섭다.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고 진정성을 미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각종 사회 시스템에 현혹되기 쉬워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집착하는 '진정성'이란 생각보다 허약하며 이렇게까지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한 개인이 스스로에게 진정성을 의심한다면, 그 집착에서 벗어나 하루를 어디서 어떻게 보내는지 그 진실에 초점을 맞춰라고 조언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일으면서 우리 스스로 진정성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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