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시골에 이사를 간 작가가 어느 날 동네 여자 축구 팀을 만든다는 소식에 자신과 비슷한 자식을 둔 언니들까지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홀린 듯 축구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물론 축구는 당연하고 운동과도 거리가 멀었으니, 그 몸이 고생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쩌다 우리가 운동과 멀어졌을까? 저자와 나는 비슷한 고민을 동시에 하게 된다. 나 역시 분명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매일 하교하고 집에 돌아오면 땀에 옷이 젖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신호등이 바뀔 때도 잘 뛰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는 그런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 먹고살려고 하다 보니 여유가 없어 운동을 하지 못한 것도 맞다. 하지만 우리가 운동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잘 생각해 보면 저자는 프리미어리그 애청자이고, 나는 프로야구 팬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한 번도 우리가 직접 공을 차거나 배트를 들 생각을 못 했을까?
머릿속에 '팅'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왜 매번 좋아하는 걸 보기만 했을까, 누군가 스포츠를 하는 행위만을 관람했을까, 왜 아무도 나에게 같이 공 차러 갈래? 혹은 캐치볼 할래?라는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울컥 서러움이 받치기도 한다. 아무튼 저자는 동네 축구팀 '반반fc' 축구 주장이 되고 그 성장 과정도 녹록지 않게 눈물겹다.
내 몸이 움직이는 감각, 내 몸을 움직여 얻는 감정, 내 몸을 원하는 데로 가지고 놀아 얻는 희열과 팀 플레이어의 끈끈한 연대감 등. 아이 셋의 엄마였다가 축구 선수였다가 자유자재로 선을 넘나들며 저자가 얻은 건 개인의 '몸'에 관한 자유와 성취 그리고 도전일 수 있겠다. 그리고 어쩌면 사회적인 효능감이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몸을 쓰며 마주한 상대편이 막내 아이의 친구 또래여도 최선을 다하며, 팀원들과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는 것은 그 과정 자체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반FC가 민달팽이 매니저님을 구심점으로 만들어졌지만, 모든 팀원이 각자의 방향으로 축구 인생에 열광되었듯. <시골, 여자, 축구>를 읽은 독자들 역시 오늘은 지하철을 일찍 내려 조금 걸을까? 혹은 주말에 공 던지라 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 책을 덮고 주말의 날씨를 확인했으니까. 이 책은 그렇게 잔잔하던 내면에 내가 잊고 있던 즐거운 일을 생각나게 해주었다. 그 파동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파동이 생겨난 것에 감사하다. 우리 모두 나와서 자유자재로 내 몸을 움직이고 표현하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며 서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