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정계에 나오면서 자연스레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에게 알려지며 판단되고 평가받는다. 그건 그가 선택한 '정치인'이라는 정체성에 따른 변화일 것이다. 사실 이 정체성의 변화란 우리 사회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부분인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의 직업군은 그리 다양하지 못한 게 이 나라의 정치적인 한계이고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국회에 발을 못 디디니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득권이나 집단을 대표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계 현장에서 활동 중이던 저자가 국회로 발을 돌린다는 점에서 그 이유와 내면의 변화가 궁금했다. 어떤 갈증과 열망이 그를 이끌었을까. 한편으로 랩에서 실험만 하던 전문가가 어떤 정책을 세울 수 있을까? 물론 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특정 정책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입법의 과정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건 정치인의 능력이고 그런 점에서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했듯이 과학자는 랩에서 실험을 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의구심을 풀어나가는 건 저자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앞선 의구심을 뒤로하고 그가 지내온 세월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음을 읽어나가면 그가 걸어온 길이 과학자 그리고 여성으로써 삶을 대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남초 집단에서 아이 셋을 나아 키우기까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고초는 여성으로써 함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에도 끝까지 현장에 남아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역할을 열정적으로 찾아 나서는 건. 개인의 만족 그 이상의 지점이 있다는 것에도 우린 공감한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앞서 걸어간 누군가의 투쟁, 희생 그리고 뒤따라 올 누군가의 동아줄, 희망이 된다면. 우리는 더 악착같이 내 역할을 쟁취하려고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그의 과학자로서 발자취가 존경스러워진다. 어쩌면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고단했을 길에 그가 정계에 가서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고단함과 압박감이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정치인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되었든 정치인의 말에는 배제되는 것이 존재할 것이고, 우선순위에 밀려난 주제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가치에 맞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책까지 사서 읽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게 정치인은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들보다는 여전히 개인의 이익이 우선이며 국민의 권익과 권리는 입맛에 따라 선택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황정아 작가의 정계에서의 발자취는 이제 시작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의 결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혹시 앞으로 다음 책이 나온다면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 여성 황정아의 일대기 이후에 정치인의 삶을 지켜볼 뿐이다.
분명한 지점은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전문직이든 아니든 자신의 직장에서 본인을 더 몰아붙이며 삶을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나아가야 할 지점을 찾는다면, 모두가 개인의 직장에서 한 개인으로 실력과 인성 직무로만 평가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