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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미술관 - 우리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읽는 그림'에 대하여
이창용 지음 / 웨일북 / 2024년 4월
평점 :
우리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읽는 그림'에 대하여
해외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미술관, 박물관을 방문하라는 말이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한 나라의 문화, 예술을 집약해 놓은 장소로 어느 곳보다 그 나라의 이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미술관에 방문하더라도 우리가 흔히 향하는 곳은 유명한 그림이 전시된 공간 뿐이다. 수많은 전시실을 빠르게 지나갈 뿐이다. 그 이유는 그림이 단순히 유명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떤 배경에서 그려졌으며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면에는 우리가 '미술'을 단편적으로만 생각하도록 교육 받았기 때문은 아닐까? 예전에 미술은 고급 문화의 느낌이 강했고 애장품이나 경매 등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점차 곳곳에서 전시가 열리고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은 보여주기에 급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미술과 함께 하는 인생'에 대해 갈증을 느껴왔다.
나와 같은 미술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욕망은 많이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이창용 도슨트의 <이야기 미술관>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은 '영감, 고독, 사랑, 영원'이라는 주제에 맞는 그림을 차례로 소개한다. 책의 시선은 그림의 미적 가치나 미술사적 의미를 톱아보지는 않는다. 대신 '작가주의' 시선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준다. 그 그림이 왜 만들어졌으며, 만들어졌을 때 작가가 처한 사회적 배경, 개인적인 삶의 풍파나 변화 등을 집어낸다.
결국, 그림도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니. 작가의 이야기를 집중하면, 그 그림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미술사와 미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뭉크의 <절규>, 고흐의 <해바라기>, 미켈란젤로 <피에타>의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것들을 더 많이 알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히 베르트 모리조의 <요람>이라는 작품을 알게되어 의미 있었다. 그 당시 여성 작가가 귀했으나 끝까지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알린 삶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요람>이라는 작품이 자신보다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졌음에도 엄마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가정에 집중하게 된 언니의 삶을 묘사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그림은 색다르게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요람> 작품을 미술관에서 봤어도 단순히 서정적인 그림에 빛의 묘사가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생각만 했을 것이다.
<이야기 미술관>을 읽으면서 이미 알고 있던 작품들도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작품 이면에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쉽고 편하게 설명해주는 책 덕분이었다. 대신, 주제에 따른 장 구성 때문인지 한 작가의 작품이 여러 장에 나눠 들어가 있는 구성이 아쉽게 다가왔다. 이야기 중심이긴 하지만 이 책은 어쩌면 '작가'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작가를 중심으로 구성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도록을 읽는 듯 선명하고 크게 들어간 삽화와 작품 설명 덕분에 읽기 쉬웠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과 전시회에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