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과학 -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생명공학까지 한 권으로 끝내기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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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펼칠 때부터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과학책이 이렇게 감동적이어도 될까. 멀리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백만 년 전 아주 작은 티끌이 모여 탄생한 무한한 우주라는 곳부터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모든 우연과 놀라운 생명력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리한 어떤 작용으로 생겨난 것들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이 자리에 이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행운이 있어야 했던 건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종종 '우주의 먼지보다 작은 내가 살아서 무슨 소용인가?'라는 회의감에 휩싸이곤 한다. 당장에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면 빛나는 저 별, 몇 억 광년을 날아본 빛을 바라보며 이 작은 존재인 내가 무슨 소용인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가끔은 그럼 무책임한 회의감에 사로잡혀 답을 찾을 수 없어서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내가 탄생하기까지 그 무한한 시간과 억겹의 우연이 지나 어렵사리 탄생한 게 나라고." 그렇게 <세상의 모든 과학>은 단순히 과학이 아니라 나를 이루는 근본적인 무엇인가를 자세히 설명해준 책이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공룡의 멸종하고 어느날 탄생한 유인원 그리고 진화를 거쳐 인류가 되었다는 아주 듬성듬성한 이야기에 얽기고 섥힌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 얼마나 많은 시련이 이 지구에 있었으며, 좌절과 기적의 미친듯한 반복 속에 틈새의 안정을 뚫고 자라난 생명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작가님이 계속 강조하는 지점은 이런 경이로움과 더불어 우리 지금의 지구의 상황을 상기시켜 준다. 그렇게 어렵게 지금의 문명을 발전하고 인류는 지구의 최상위 계층으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많아진 결정력과 책임감에 대한 당부도 빠지지 않아서 지금 여기에 인간으로 이 책을 읽는 게 덜 슬펐다. 우리 모두가 어떤 결정에 최종 승인을 내리는 주체는 아니지만, 그 결정을 만드는 데 동조하고 있음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단순히 세상의 모든 과학을 설명하는 이 책이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나에게는 가슴을 울렸다. "진화의 도약은 대개 최상위 포식자가 아닌 약자에게서 일어난다." 다 가지지 않은 어떤 존재에게 이렇게 위로가 되는 말이 있을까. 냉철하지만, 논리적인 과학에 대한 설명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보여주는 순간은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마치 혼돈 속에서 영웅이 등장하듯, 호모 에렉투스는 기후 변화가 가져온 시련을 뚫고 살아남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영웅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영웅의 후손이 바로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죠.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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