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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 - 있는 힘껏 산다는 것, 최선을 다해 죽는다는 것
진 마모레오.조해나 슈넬러 지음, 김희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평점 :
죽음에 대한 생각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인간 고유의 특성인 것같다.
지구상에 단일 종으로 가장 많은 개체인 인간으로 태어나 유전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위적으로 늘어난 긴 수명을 살다 죽음을 마지한다. 그런 죽음 중 '자연사'는 과연 얼마나 될까? 나의 할아버지 경우만 봐도 결코 집에서 평온하게 눈 감지 못하셨으며 내가 아는 그 누구도 집에서 편안하게 눈 감지 못했다. 하지만 우린 언젠가 죽음을 상상할 때 가장 평온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다 잠 자듯 죽기를 바란다.
<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에 대한 모순을 꾸준히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진 마모레오 작가의 에세이인 책에는 조력 사망 의사로 일을 하는 그의 일상이 드러난다. 캐나다에서 조력 사망이 인정 받자 그는 "마침내 때가 왔다."라고 생각하며 법적 안정망이 갖춰진 캐나다에서 조력 사망을 돕기 위한 일을 시작한다. 존엄성을 지키고 통증에서 해방되길 원하는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며 각자의 삶에 죽음의 순간이 어떻게 다가오고 준비되는지 차분히 페이지를 넘기며 읽을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죽음'을 생각할 수록 '삶'이 선명해 진다는 것이다. 어떤 죽음을 택할 것인지는 곧 어떤 삶을 영위하고 싶은가라는 질문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력 사망을 택하는 이들 역시 '내가 나다울 때', '고통에서 해방될 때'등을 택한다. 이것은 거꾸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죽음보다는 삶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허무맹랑한 자연사가 아닌 구체적으로 어떤 죽음을 꿈 꾸는지 그리고 그런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어떻게 최선을 다하고 살 것인지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캐나다에서는 의료 조력 사망이 2016년에 합법화 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무려 8년 전에 캐나다 사회의 구성원들은 죽음에 대한 합의가 한 층 더 나아갔다는 점이 부러웠다. 우리가 노인 요양과 노인 돌봄에 한정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점점 더 수명이 길어지는 인류에게 알맞음 '죽음'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디지만 그런 생각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길 바란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면 모두가 조력 사망을 원하게 될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조력 사망은 책에도 나왔지만 인간 본성의 최악과 최선을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하며, 본인을 제외한 가족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으로 우리가 생각지 못한 사회와 풍경도 있다는 걸 알고 넘어가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어떻게 살 것인가?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