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정신병자다 -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칼 융의 힐링 마인드 스토리
최금락 지음, 정재훈.이시혁 그림, 유광남 기획 / 스타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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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아파야 할까?
책과 함께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었다.

피해망상, 공황장애, 신체변형장애(성형수술 중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편집증, 우울증, 해리성 장애(다중인격)…. 전과 다르게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는, 미디어나 언론을 통해 듣거나 주변인을 통해서 직접 보거나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왜 아파야 할까?

「융의 ‘그림자’라는 용어는 인간의 동물적 본성을 뜻한다. (중략) 인간이 공동사회에 적응하고 사회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그림자에 내포된 동물적 정신을 길들일 필요가 있다. 그림자와 관련된 성질을 누르고 그림자의 힘에 대항할 수 있는 강한 페르소나를 키움으로써 인간은 문명인이 된다. (P348)」

페르소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덕목이나 의무 등의 “사회적 인격”을 자신의 본성 위에 덮는 것을 말한다. 페르소나 성장을 위해 학교·가정·사회를 통해 학습하고, 인간관계를 통해 틀을 잡아간다. 페르소나는 사회적 관계를 원만하게 한다.

그러는 동안 개인의 창조성, 자발성, 심지어 깊은 통찰력마저 퇴화하면서 ‘그림자’ 없는 생활에 무기력해진다. 우리의 아픔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일지 모른다. 나의 본성(I)보다 사회적 인격(Me)이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만큼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자기계발에 열을 가하는 우리의 현실 말이다.

두 개의 나의 모습을 통합하지 못하고 내적갈등으로 혼란한 틈사이로, 일반적인(?) 인간 실격이라는 좌절감, 우울감, 상실감 등에 우리는 시름시름 병들어간다..

「개인의 인격은 몸의 성장처럼 자연스럽게 개성화되도록 정해져 있다. 몸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음식물을 적절히 섭취하고 운동을 해 주어야 하듯 인격의 건강한 개성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체험과 교육이 필요하다. 만일 부적합한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운동이 부족하면 성장 부진, 기형,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듯이 경험과 교육에 문제가 있으면 인격은 일그러진다. 현대 세계는 그림자의 개성화를 위한 적절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p361)」

개성은 말그대로 타인과 다르게 분화하는 과정이다. 남과 나를 비교하여 자신을 비하하거나, SNS에서 타인의 사진을 보며 신세 한탄을 하는 불우한 일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우리가 모두 아플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나의 본성(I)을 다스리는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 아닐까.

남이 먹는 것처럼 먹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를 조금 놓아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하고, 아이가 먹지 않는 야채를 곱게 다져 좋아하는 음식에 숨겨 놓는 엄마의 마음으로 나의 본성(I)을 훈육하는 것.

지금 병든 우리가 가장 힘써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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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공포.

원인도 모른 채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불안해하는 그녀가 떠오른다.
나는 너무 쉽게 그녀를 이해하는 척 했다.
이렇게 무서울 줄은 체감하지 못했다.

본서에 의하면, 공황장애는 “광장공포증”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이 증상은 공공장소에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여 집에서조차 나가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반자 없이는 버스조차 이용할 수 없는 불안을 단순히 공포라고 정의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지나간 과거는 나를 어쩌지 못합니다.
미래의 일은 아직 닥쳐온 현실이 아니므로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집중하십시오. 」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는 우리 모두는,
‘공황장애 보균자’를 품은 채 살고 있다.
타인의 고통으로 치부하기엔 우리 이미 중증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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