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답이 필요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나직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게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만약, 네가 나의 뿌리가 되어 준다면. 가족이 돼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살 이유가 되는것인가.
문호는 피식 웃었다. 마음의 문제는 타인이 해결해 주지 못한다. 라준이 계기가 될지언정 결정은 문호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매달리듯 말해 보게 된다. 뿌리가 되고,
가족이 되어 준다는 다정하고도 무모한 이라준에게그 뒤로 문호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라준의 머리만 쓰다듬을 뿐이었다. -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