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가 적다 11 - Extreme Novel
히라사카 요미 지음, 주원일 옮김, 브리키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마지막 권이니만큼 모든 떡밥과 플래그를 모두 처리하며 마무리지었습니다. 10권에서는 주인공 코다카가 2학년인 해의 12/24에 이야기가 잠시 멈췄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제까지 열한 권1의 이야기가 일 년동안 있었던 일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본 11권 단 한 권 안에는 10권 마무리 시점부터 코다카의 졸업 날까지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읽는 내내 불편한 데에는 이제까지는 없었던 진행 속도도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히라사카 요미 작가님께서는 매우 짧은 호흡으로 이제까지 나온 모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전부 훑고 지나가며 문을 닫습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짚겠습니다. '과연 귀머거리 하세가와 코다카는 누구와 이어지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강력한 스포가 되겠습니다만, 리뷰를 위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열린 결말'입니다. 지난 10권 마지막에서 쿠스노키 유키무라와 이어진 뒤에 시구마 리카에 대한 연심을 꺾고, 미카즈키 요조라의 고백도 단숨에 거절합니다. 이전의 '이웃사촌부의 일원과 사귀지 않겠다'고 코다카가 약속했기 때문에 유키무라는 이웃사촌부를 탈퇴합니다. 그리고 코다카는 이웃사촌부와의 교류 및 유키무라와의 연애를 병행하죠. 그러나 유키무라는 코다카가 자신보다 이웃사촌부를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을 알아채고, 사귀기 일 년이 되기 직전에 코다카에게 자신과 이웃사촌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력하게 묻습니다. 뭐, 결말이 열린 결말이라고 미리 말씀드렸으니 다들 짐작하시겠죠. 코다카는 이웃사촌부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이웃사촌부 졸업생들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물론, 코다카에 대한 연심은 저버리지 않은 채로요.

  결말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아쉬운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우선, 타카야마 케이트의 경우입니다. 뜬금없이 코다카의 아버지에게 눈을 돌립니다. 뭐, 이제까지의 행보를 봤을 때 인자한 코다카의 상위호환인 분에게 연심을 품을 수 있다고 백번 양보해서 이해해보겠습니다. 그래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이런 연심이 단순히 저처럼 중학생 때 예쁜 여선생님 보고 국어 공부 열심히 해서 예쁨 받고자 하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이런 말까지 합니다. "오빠, 엄마는 갖고싶지 않아?"​. …. 참고로 케이트는 이 대사를 말할 때 기준 고2입니다. 할말을 잊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을 살짝 접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애잔한 소녀 느낌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시신경을 씻고 찾아봐도 온데간데 없습니다. 참으로 맘에 안 들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코다카와 시구마 리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쪽은 정말 노답입니다. 사실상 리카와의 관계는 8권 마지막 부분에서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코다카와 이루어 낸 최초의 친구 관계는 정말 독자에게 그냥 커피가 아닌 TOP급의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점은 애니 2기 마지막 화에서도 잘 나오죠. 리카는 코다카와 진정한 우정을 쌓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코다카, 이 부드러운 척하는 양아치는 꼭 그런 것도 아니었나 봅니다. 작가의 서술 양태를 보아하니, 코다카 마음속의 연애 감정은 리카에게 가장 많이 치우쳐 있습니다. 리카도 물론 코다카에게 연애 감정을 느꼈으나, 사랑을 뛰어넘은 우정을 추구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죠. 그런데 코다카 이놈은 여친(유키무라)을 두고서 리카에게 '사실 나는 너를 많이 좋아했어.'와 비슷한 말로 아주 직접적인 사랑 고백을 합니다. 물론 이 고백은 단순히 마음을 알리는 것이지, 리카와 사귀자는 건 아니었죠. 하지만 이 나쁜 녀석은 자신의 내적 만족을 위해 고귀한 우정으로 승화시켜서 저 멀리 떠나보낸 리카의 연심을 한껏 흔들어놓습니다. 심지어 이런 행위를 요조라가 자신에게 한 고백을 핑계 삼아 독자들로 하여금 물 타듯 납득시키게 하려고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악용합니다. 이걸 보고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팬들에게 '고조라'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으로 불리는 처자를 앞에 두고 조립식 관을 단숨에 짜맞추는 코다카의 인성에 욕까지 나오더군요.



  다음으로 코다카와 미카즈키 요조라의 관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응원했던 요조라… 그나저나, 앞서 리카 이야기에서 언급된 코다카의 '연애 감정 순위',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리카 다음은 굳세고 멋진 유키무라였습니다. 뭐, 연인 관계까지 발전했으니 납득이 충분히 갑니다. 코다카도 사실 가장 많이 두근거림을 느낀 상대는 유키무라라고 했고요. 인정하겠습니다. 그 다음은 겉모습이 아름다운 카시와자키 세나였습니다. 사실 이쪽이 가장 많은 분들이 응원한 히로인입니다. 근데 3위네요. 그냥 그럴 수 있다고 치죠. 마지막은, 이제까지 이름이 안 나온 것이 참으로 이상할 정도인, 요조라입니다. 이번 11권에서 요조라는 아주 임팩트 있게 코다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귀머거리2' 코다카는 그녀의 고백을 차면서, 찬 이유를 잔인하게 말합니다. "너에게 연애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했기 때문이야.". …. 자세한 노답은 생략하겠습니다.

  가루가 되게 주인공을 깠습니다만, 11권의 좋은 점도 있었으니,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말씀드릴 좋은 점은 다름 아닌,'속 시원했던 점'입니다. 최후의 결말은 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다양한 서브캐릭터들의 이야기들을 시원하게 잘 마무리해주었다는 점은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대표적으로 스텔라 레드필드의 이야기, 히다카 히나타의 이야기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쪽은 정말 맺음이 좋았습니다. 이제까지 강력한 스포란 스포는 다 한 주제에 뭘 체면 차리고 그러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둘의 이야기는 그래도 '좋은 점'이라고 말씀드리는 부분이니만큼 꼭 직접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다음으로 좋았던 부분은, 가장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가장 마지막 페이지의 내용입니다. 작가의 엄청난 스토리 계산과 표현력이 숨어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글쓴이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 같습니다. 이것도 직접 읽으실 재미를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이 부분을 혹시나 읽게 되신다면, 꼭 역자 후기의 주석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주석 없이는 웬만한 일본어 실력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고도의 표현이 숨어있습니다.

  이런 저런 불만이 난무하는 11권이었지만, 한 사람의 '나친적 팬'으로서는 나름 감동적인 마지막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나친적은 저라는 한 사람을 서브컬쳐의 찐득한 늪에 빠지게 만든 작품입니다. 정말로 신선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니만큼, 이 리뷰를 읽고 계신 분께서 도 혹시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꼭 읽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애니 2기까지 보시고 9권부터 사시면 될 것 같습니다. 중간에 CONNECT도 빼먹지 마시구요. 방금 중고 거래로 전 권 한 고파서 분께 보내드리고 왔으니, 이제 나친적과는 진정한 이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제 인생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해준 <나는 친구가 적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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