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개
캐롤린 파크허스트 지음, 공경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은 성경에 실려 있는 바벨탑 이야기에서 따온 듯싶다. 바벨탑... 오래 전 전 세계 사람들은 한 곳에 모여 살며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도시를 세우고 그 한가운데에 하늘에 닿는 탑을 세우기로 하였다. 인간들이 하늘에 닿을 탑을 세운다는 것은 하느님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고 하느님은 그 벌로 사람들의 언어를 뒤섞어 놓아 혼란에 빠지게 하였다. 사람들은 서로 소통할 수 없게 되자 탑 쌓기를 중단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이 책의 시작은 폴의 아내 렉시의 추락사로 시작한다. 렉시는 마당에 큰 사과나무에서 추락하여 죽었고 그 곁에는 개 로렐라이가 있었다. 경찰 조사팀은 단순 사고 추락사로 단정 지었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음을 느낀 남편 폴은 아내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을 풀기위해 개 로렐라이에게 말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폴은 로렐라이에게 말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집안의 책 목록 정리, 렉시와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의 추억과 기억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렉시의 죽음에 가려진 비밀을 알 수 있을까 싶어서...


어찌 보면 추리소설스러운 전개이기도 하지만 추리소설은 아니다. 폴은 로렐라이에게 말을 가르쳐 그에게서 단서를 찾아내려하지만 단서는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개 로렐라이와의 소통의 불가능을 탓하며 거기에 매달리지만 정작 폴이 찾던 답은 자신에게 있었던 것이다. 자신과 렉시의 마음의 소통 단절... 그로인해 렉시의 자살까지 온 것이다.


개의 이름 로렐라이는 어떤 뜻일까. 로렐라이는 독일 전설에 나오는 요정의 이름이다. 그 강물을 지나던 배들은 로렐라이의 매혹적인 노래 소리에 이끌려 죽음에 이르게 된다. 사이렌 이야기와 비슷하다. 폴은 개 로렐라이가 내는 소리에 집중하느라 렉시 죽음의 비밀을 캐내는데 긴 시간을 소비한다. 그 결정적 단서는 로렐라이가 매고 있던 목줄에 있었지만...


폴은 렉시의 죽음에서 어떤 석연치 않음을 찾아 여기까지 왔을까? 렉시의 죽음을 무의식적으로 의식했던 것은 아닐까. 평범한 생활 속에서 렉시의 미묘한 변화가 있었지만 그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음에 죄책감을 느낀 것이 아니었을까. 렉시의 자살을 알아내고 나서는 어떠한 기분이었을까. 이 책을 놓은지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그 여운은 잊기 힘들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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