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과 함께하는 스물네 개의 훈훈한 이야기
김지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 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 도 현 -


위의 시는 안도현 시인의 시이다. 누가 지은 시인지는 모르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시이다. 이 시가 유명한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첫째로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던, 또 전혀 쓸모없다고 생각했었던 연탄재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둘째 의미는 이 책을 읽어본 후에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사람들의 추억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약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 내가 태어난 전후로 연탄이 급격히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 우리나라의 난방은 연탄이었다. 정말 최상위층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겨울이 되기 직전에는 연탄 창고 가득히 연탄이 쌓여 있으면 겨우내 마치 큰 부자가 된 듯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전 국민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용했던 소중한 보물에 그만한 의미를 부여해준 이 시가 어찌 유명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와 내 밑 세대 친구들에게 연탄하면 생각나는 것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까맣다. 구멍이 있다. 석탄으로 만든다. 지금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이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을 꾸며준 저자 24명은 한결같이 사람, 가난했던 시절, 어린 시절의 추억,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렸다. 내가 생각한 이미지는 딱딱하고 물질적인 것이었다면 이 책의 저자들은 소중한 추억들과 함께 연탄을 떠올려주었다.


읽는 내내 나는 그 시절을 살아보지는 못하였지만 그들이 느꼈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손이 애릴 정도로 추운 겨울 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연탄을 갈러 꼬박꼬박 나가야 했던 귀찮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연탄불이 꺼져서 냉방에서 지내야 하거나 번개탄의 도움을 빌려야 했었다. 또 연탄으로 방 아랫목은 좋은 보온 기능을 발휘하며 따뜻한 밥과 고구마 등을 먹을 수 있었던 보물 창고이기도 했고 어머니, 할머니의 허리를 지져 줄 수 있는 완벽한 의료기기이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나눠주었던 소중한 물건이기도 했지만 연탄의 구멍이 잘 맞춰지지 않았거나 이용하지 않았던 방에 연탄을 사용했을 때에는 사람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던 연탄. 그들의 삶에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안에는 연탄이 있었다.


그 때 그 시절에는 모두가 배고팠고 힘들었던 시절이었기에 연탄은 생활필수품이었고 소중한 보물이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나라에는 나지도 않는 석유를 수입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때 마다 갈아야 하는 불편함 없이 보일러로 온도 조절까지 손쉽게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오히려 이러한 편안함이 불편하다고 말한다. 힘들었던 시절에는 몰랐던 소중함들을 지금은 느낄 수 없어 안타깝다고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추억과 안타까움을 함께 공유할 수 없어 약간은 아쉬웠다.


그러한 지금도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아직 그들은 연탄 한 장이 아쉬울 정도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한 장에 300원. 내가 하루에 한 팩씩 먹고 있는 우유와 연탄 2장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추운 겨울이 오기에는 많이 이르지만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 눈을 돌려보자. 하루 용돈 3000원이면 그들은 따뜻한 3일을 지낼 수 있다. 예전 우리의 배고팠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사랑을 나눈다면 우리의 겨울은 더욱더 따뜻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식들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그놈들이 이 험한 세상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겨울 빙판의 재가 되어 스스로 뿌려지는 어버이 사랑은 실로 소중한 연탄 한 장을 닮았다. 아니 열심히 살아온 모든 사람의 생애가 제 몸을 태울 대로 태우고 하얗게 부서지는 연탄 한 장의 참 의미 속에 숨어 있지 않은가... - 황주리(화가) -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의 추억 속에도 연탄은 그 사람의 성장과 삶을 함께 했을 것이다. 이제는 구경하기도 참 힘들어졌다. 그러나 추억할 때마다 그것은 우리 기억 저 멀리에서조차도 빨갛게 제 몸을 태워 그 온기를 우리에게 보낸다. - 이순원(소설가) -


안도현 시인은 뜨거운 사람이 되기를 촉구하는 마음을 한 줄의 시로 표현하였습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연탄이지만 그 연탄조차 구하기 어려운 이웃이 있다면 우리 한번 손을 내밀어 뜨거운 사람이 되어보지 않겠습니까? - 이동섭(대한석탄공사 감사) -


내 몸이 연탄이 된다면 분명히 누군가 따뜻하게 지낼 것이라는 그것 말이다. 올 겨울에는 가슴에 따뜻한 연탄불이 타오르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원재훈(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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