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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ㅣ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빡빡한 대한민국의 예비 사회인이자 쉬고 있는 대학생으로서, 88만원 세대에 해당된다. 그저 어느 길이 바른 길이고 빠른 길인지 판단하기에 바쁘고, 보장되지 않은 미래 덕택에 여유로움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기 짝이없는 쉬지 못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설사 몸이 여유로워지는 지하철 이동시간 중에서도 머리로는 쉴새없이 해야할 일들을 나열하고 있으니.... 남들보기에는 여유만만, 쉬이 산다고 할지라도 속으로는 끙끙, 복잡하게 앓고 있을 것이다. 아.. 여유롭고 싶다. 여유..여...- _-
이럴 때면 나는 읽는 것에 집착이 강해진다. 그것이 무엇이든지간에 읽는 동안에는 그 매체에 빠져서 잠시 도피(?!)할 여유가 생긴다고나 할까. 그래서 책도 다를 때보다 많이 사고, 그만큼 많이 읽고, 길거리 무가지 잡지는 하나씩 꼭 가져와야하고, 그래서 내 할 일 못하고..... 응?!ㅋㅋㅋ
이번 주에는 너무 심한 감기 때문에 공부도 제대로 못했고, 맛있게 먹지도 못했고, 숙면을 취하지도 못했다. 오늘은 막혔던 코가 그나마 나아져서 늦은 오후부터 방 온도를 24도까지 올리고 이불을 깔아놓고 맘먹고 책이나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꺼낸 책은 요 책.
누군가가 '타샤 책은 읽는 동안만큼은 여유로워져서 좋아'라는 말로 추천해주었었다. '여유로워질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책장 한 켠에 쟁겨두었던 책이었다. 일부러 '여유'로워지려고 마음먹은 시간인만큼 이보다 시기적절한 책읽기는 없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타샤 튜더는 미국의 유명한 동화 삽화가다. 그녀는 나이가 '허걱' 소리가 날 만큼 많지만 여전히 소녀같은 감성으로 자신의 정원과 동물들을 돌본다. 책으로 보기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정원인데... 어느 곳 하나 그녀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었고, 그녀의 여유로움이 듬뿍 묻어나는 집과 정원이었다. 아.... 나도 나중에 나이들면 꽃과 나무들을 키우며 타샤 할머니처럼 살고 싶구나~ 이름도 참 낯선 수많은 꽃들, 귀여운 냥이들과 아장아장 코기들, 그리고 그 속에 너무나 잘 조화되어 여유로움 삶을 즐기고 있는 타샤. 정말로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그녀의 정원에서 느긋함을 즐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책 읽기 전에 유자차라도 한 잔 타다 놓을걸....
그녀의 소소한 일상으로 꾸며진 은근 짧은 에세이여서 꽤 짧은 시간안에 모두 읽어버렸다. 책을 덮은 이후에도 멀뚱히 넋을 놓고 있게 된다. 책의 여운이 은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