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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 박상우 산문집
박상우 지음 / 시작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가끔 종로의 카페에 앉아서 창가를 바라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을 느낀다. 양손에 무거운 토익서적을 쥐고 어학원을 향해 걷고 있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 영화관과 종로의 음식점들을 찾은 커플들, 오랜만에 옷을 장만하기 위해 명동을 헤매는 친구들, 깔끔한 정장을 입고 더운 날씨에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걷고 있는 직장인들. 다들 다른 옷차림에 다른 표정들을 지으며 각자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지만 그들을 보며 떠오르는 공통점은 하나같이 바쁘고 정신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경쟁을 하고 그만큼의 노력을 소비한다. 그러다보니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스스로 지쳐가는 것을 느낀다. 물질적으로는 과거보다 풍요로워졌다고들 하지만 사람들의 내면을 바라보았을 때에는 더 메마르고 각박한 세상을 탓하는 사람들을 많이들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사람들은 ‘혼자’라는 단어를 너무나 두려워하는 것 같다. ‘혼자’라는 단어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외로움’을 떠올리게 하고 외로움은 우리를 더 지치고 힘겹게 만든다. 만약 당신이 이런 생각들을 해본 적이 있다면, 또는 현재 이런 생각들에 힘겨워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혼자’라는 단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혼자’라는 단어는 ‘외로움’이 아니라 단지 ‘하나’라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고. 하나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을 의미한다며 홀로 떠나는 여행을 찬양한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은 외로운 여정이라기보다는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인데 사람들은 그런 매력을 모른다며 자신의 여행들을 차분하게 이야기해준다. 오대산, 대관령, 청령포, 태안반도 등등. 자신이 찾은 소중한 대한민국의 안식의 공간들을 소개해주고 자신이 그 곳으로 떠날 적의 감정들과 왜 떠나야 했는지에 대한 변명들을 솔직하게 서술해준다. 잃어버린 자신을 만나러가는 길은 항상 편안하고 혼연한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나도 가끔은 홀로 떠나는 여행을 꿈꾼다. 지금 나에게 닥친 현실들을 도피하고픈 마음에 배낭하나만 매고 아름다운 자연이나 멋진 명소들을 둘러보며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망상은 버리고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스스로의 채찍질로 나를 더 힘들게 만들고 지치게 만들었었다. 그 때 자신감을 갖고 나를 되돌아보는 짧은 시간을 가졌다면 지금의 나와는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개인적인 안식의 공간들을 둘러보며 차분한 어조로 본인의 감정을 읽어주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내가 오대산의 전나무 숲에 서있는 듯한, 용유도의 섬들 사이에서 석양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번잡했던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만의 여행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은 저자가 부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