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오랜만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렸다. 지난 학기를 정신없이 보내느라 약 3~4개월만에 들른 서점. 넓은 서점에 들어가자마자 내가 멈춰선 곳은 한국문학, 김영하 작가의 소설집들이 모여있는 코너였다. 나는 아직 김영하 작가의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그 유명하다는 [퀴즈쇼], [검은꽃]도 제목만 들어보았을 뿐, 읽어야한다는 생각이나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미처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김영하 작가의 이름을 보고 책들을 이리저리 뒤적인것은 어제 네이버 메인에서 김영하 작가의 책들을 평해놓은 블로그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블로거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김영하라며 책들 하나하나에 나름 정성스런 평가와 느낌들을 나열해두었었다. 그 기억을 되새기며 얇은 소설 한 권을 집었다. 제목도 참 특이하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얼른 책을 집어들고 구석에 앉아서,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완독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소설의 스토리는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색다른 내용이었다. 화자는 자살청부업자(본인은 자살 도우미라고 생각하는듯), 이야기는 청부업자에서 청부를 했던 여성고객 2명과 그들과 관련된 형제 C군과 K군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풀어낸다. 무언가 희안한 정신세계를 지닌 두 명의 여성고객은 자신이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음을 의심하다가 화자의 도움으로 확신,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엮인 C군과 K군의 이야기. 그리고 스토리에서 그림 세 점이 등장한다. 다비드, 들라크루아, 클림트의 그림인데 명화에 무지한 나도 알고있는 그림들이 등장하니 읽는데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한 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만든 힘은 이런 스토리의 특이함이 주는 매력도 있었지만 작가의 문체나 독자에서 전달하는 메세지들이 중독적인 부분도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읽은 소설임에도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었다. 화자가 자신의 카운셀링 방식을 이야기 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다른 상담 카운셀러들은 상담자에게 누구나 알고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들은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상담자들이 알고 있는 정답을 그대로 실행할 수 없는 이유는 그런 방법을 몰라서가 아닌데 말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책을 읽고나니 생각이 많아졌다. 자살은 정말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중의 하나일까. 그리고 이 책에서 풍겨오는 자살의 이미지처럼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행위일까. 저자는 마지막의 저자의 말에서 '처음 이 책이 발간되었을 때 소재가 특이하다며 몇몇 사람들은 판타지류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몇 년후 자살청부업체에 관련한 뉴스들이 방송되는 것을 보았다.'라고 말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세상에는 깜짝 놀랄만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이런 일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럴 권리가 있다며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아직 그럴 용기가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