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피할 수 없는 야스쿠니 문제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현대송 옮김 / 역사비평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듣던 교양 수업 시간 중에 일본과 일본의 침략, 그리고 지금의 문제들에 대해 논의해 본 적이 있다. 토론에서 중심적으로 다루어진 부분이 야스쿠니 신사 문제였다. 일본의 총리가 군국주의를 대표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가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이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안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이야기가 나오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게 되는데 이 때에도 아무도 말릴 수 없을 정도로 열띤 토론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교수님께서 어떤 학생에게 '야스쿠니 신사가 뭐하는 곳인지 아십니까? 왜 그곳이 문제가 되는 걸까요?'라는 돌발 질문을 던지셨다. 순간 교실 안은 꿀먹은 벙어리들로 가득차버렸다. 나 역시 '아차' 싶었다. 그저 일본의 군국주의와 관련하여 나쁜 곳이라는 것만 알았지, 전쟁 전범들을 신사에 모셔서 총리가 참배하면 나쁜 줄로만 알았지, 그 이상으로 아는 정보는 없었다. 이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교실 안에 있는 모든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주관적이고 감상적으로 비판할 줄만 알았지 객관적으로 따져보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당황하는 우리에게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이 바로 이 책 '결코 피할 수 없는 야스쿠니 문제'이다.

 

보통 일본인이 쓴 일본에 대한 인문서적들은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가서 읽기가 불편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국화와 칼'처럼 일본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책들을 찾는데 힘든 점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야스쿠니라는 조심스런 소재를 다루면서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더불어 다섯가지의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있어서 읽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감정의 문제, 역사인식의 문제, 종교의 문제, 문화의 문제, 국립 추도시설의 문제 등 다양한 시각으로 논의가 되기 때문에 그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까지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가 그 행위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일본 문화와 종교의 특징을 알고 나니 어느정도는 이해가 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문제는 전쟁 참가자들을 신으로서 추도하는 곳인데 이들을 현창함으로서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당연히 뒤따라야 할 전쟁을 책임지고 사화해야 할 일본 정부의 태도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야스쿠니 문제는 감정과 이성의 문제를 간당간당하게 넘나들면서 우리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책은 이런 문제를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 길을 안내해준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별다른 생각없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2번, 3번 반복해 읽으면서 이 책이 어려운 책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제 야스쿠니 문제는 일본 내의 문제가 아닌, 아시아적인, 세계적인 이슈가 되어버렸다. 국가가 전사자를 추모하고 이를 공공화한다는 것은 우리가 터치할 수 없는 정당한 부분일지 모르겠지만 일본이 진정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은 옳지 못한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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