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즐거움
김경집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든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밝아보일 것이고, 현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힘든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 삶의 관록이 생겨날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나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직 내 나이 20대임에도 벌써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두렵고 무서운 일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세상은 복잡하기 짝이 없고, 보기 싫고 접하기 싫은 일들이 나에게 달려든다. 예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힘든 일을 헤쳐나가기는 커녕 더 힘겨워 지고만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지금까지 해놓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우리 아버지 나이뻘의 인문학자 교수님이 쓴 에세이집이다. 인간은 좋은 장면, 좋은 글을 읽는 순간은 굉장히 편안함을 느끼지 않는가. 나 역시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무런 걱정 없이 편안함만을 느낄 정도로 부드럽고, 읽기 편하고, 게다가 느끼는 것도 많은 달필이다. 나와 똑같은 장면과 상황을 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이렇게 예쁘고 아름답게, 그리고 멋지게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인간이라면 자연스레 겪게 되는 상황들이다. 그렇기에 힘이 들지만 피할 수 없고, 그래서 더 힘겹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들일 것이다. 그런 삶의 패턴에 염증을 느끼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을 들고 다니는 내내 친구들의 핀잔을 피할 수가 없었다. '아직 어린 놈이 나이듦의 즐거움을 알아서 뭣하려고 그러니' '애늙은이 같이 이런 책을 읽고 그래'와 같은....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노교수님의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글에 120% 공감할 수 있었고 그만한 감동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책을 읽다가 멋진 문구가 보이면 노트에 정리를 하는 스타일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10분 읽고 문구 정리를 하고... 끊임없이 문구를 정리할 수밖에 없는 멋진 글이었다. 엄마와 아빠께 이 책을 한권씩 사서 선물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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