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이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어느새 등에 흐르는 땀은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공포영화와 공포소설을 읽을 때가 되었다는 알림의 표시일 것이다. 나는 공포 영화는 즐겨보지 않는다. 잔인하고, 무섭고.. 이 세상에 좋은 것만 보고 살아도 모자를 인생인데 보기 힘든 것을 애써 봐야한다는게 약간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뭐.... 매번 이렇게 이야기 하지만 공포영화가 개봉되면 그 때 그 때 보기 때문에 실없는 소리가 되기는 하지만....

하지만 공포소설은 즐겨 읽는 편이다. 모든 것을 마련하여 직접 우리 눈에 보여주는 공포영화와는 달리 우리에게 모든 것을 상상하라고 떠맡겨주는 공포 소설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또 우리에게 상상의 한계를 쥐어주지 않기 때문에 영화보다도 두렵고 무서워진다. 특히 책은 사람들이 북적일 때 읽기 보다는 혼자 방에 있을 때나 12시가 넘은 으슥한 시간에 많이 읽기 때문에 공포소설의 진가가 마음껏 발휘가 된다. 공포영화처럼 보기 싫은 것을 보지 않아도 되면서 공포영화보다도 시원한 여름을 나게 해주는 공포소설. 활자로 주어진 공포 세계로의 여행은 매력적인 장르임이 틀림이 없다. 지난 3년 전인가, 링이라는 소설을 읽고 무서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활자의 힘을 새삼 느꼈던 경험이었는데 이 책도 그러한 힘들 지니고 있었다. 무서워서.. 너무 무서워서 읽기 힘든데도 나도 모르게 다음 장을 넘기게 되는.. 그런 힘..

 

ZOO는 10개의 단편 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누군가 양이 많으면 질이 떨어진다고 했었던가. 하지만 이 책에 실려있는 10개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실어놓고 있다. 어떤 작품은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잔혹하고 잔인한 소설이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공포라는 하나의 장르로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건 저자의 필체가 지닌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무엇을 가장 무서워 하는가? 귀신? 사람? 돈?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가장 무서워 한다. 어떠한 존재가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 존재가 무엇인지는 모르는 상태. 그래서 나는 그저 무서워 해야만 하고 그에 따른 대처법은 전혀 없다. 그저 손 놓고 기다리는 일 뿐. 그래서 나는 첫번째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영화 [올드보이]처럼 어느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채 어두컴컴한 방에 가두어져 있다. 그리고 자신이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누가 나를 이 곳에 가두어 놓았는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인간이 살기를 포기하게 되고, 왜 그래야 하는지 사고하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 밤도 후덥지근한 열대야였다. 문을 열어놓고 선풍기를 틀어놓다고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보는 것은 어떠한가. 잠시나마 더운 날씨를 잊고 등골 오싹한 공포 이야기의 세계로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