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선거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언제나 유쾌, 발랄 신경정신과 의사 이라부.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듯한 엉뚱함을 지닌 그가 이번에는 권력과 부조리의 한 가운데에 뛰어들었다. 공중그네와 인터풀로 일찍이 그를 만났던 나로서는 그의 유쾌한 행보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너무나 기대되었고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준 책이었다.

이 책에는 총 4명의 인사가 등장한다. 현재의 권력에 대한 미련과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생각을 지니고 있는 언론사의 회장. 그는 여론과 언론의 질타와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의 비난때문에 어둠을 무서워하게 되었고, 카메라 플래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그 때문에 이라부를 찾아가게 된 것이다. 역시나 우리의 주인공 이라부는 자신의 치밀한 계획 속에 해결된 치료법인지, 아니면 뒷걸음질 치다가 얼떨결의 회장의 병을 고친 것인지 모르게 그의 병을 치료해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논리성으로 모든 일들을 자신있게 밀고 나가지만 건방져보이는 중소 IT 기업의 사장, 겉과 속이 다르고 나이를 먹거나 살이 찐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예민함을 갖고 있는 인기 연애인, 마지막으로 작은 섬에서 2년에 한번씩 치뤄지는 부정 부패 비리 면장 선거 등, 이라부는 어느 장소, 어느 무대이든지 그만의 '포도당 주사'로 거침없이 일들을 해결해 간다.

책에 등장하는 4명의 인물들은 약간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분명 우리의 표상이다. 심지어는 나 한명의 내면 속에 그들의 모습들이 모두 베어있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잘못하면 무겁고 다가가기 힘든 소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을 그만의 유쾌한 문체로 웃음과 함께 그들의 잘못된 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한동안 일본 소설을 멀리 했었던 적이 있었다. 무거운 소재를 너무 가볍게 서술한다거나, 정말 큰 사건, 소재들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자연스러 넘어가는 듯한 문체가 지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쿠다 히데오는 내가 느끼는 그 수위를 굉장히 잘 맞춰 주는 것 같다. 적정한 선에서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웃음과 사회에 대한 비판을 잘 버무려서 선사해준다.
몇일 뒤면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에세이집이 나에게 올 것이다. 그 책 역시 유쾌함을 담은 이야기임을 확신한다. 그의 이름 하나를 믿고 기대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