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을 사유하자 - 정주하지 않는 지식인의 삶과 사유
니콜 라피에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 항상 겪어 왔고 접해왔던 이 공간에 대해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과연 옳은 판단일까, 잘못된 판단일까. 아마도 잘못된 판단일 것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공간에 적응되어 왔고, 때문에 그 공간 내에서의 점진적인 변화와 잘못된 점에 대한 성찰들 역시 느끼지 못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 '다른 곳을 사유하자'는 자신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자신이 살고 있던 경계를 넘어 다른 곳에서 바라본 이방인으로의 지식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내부의 잘못된 점을 밖에서 바로 봄으로서 지적할 수 있었고, 비판할 수 있었다. 슬픔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은 무모하고 괴로울 뿐 아니라 정작 슬픔을 덜어내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비탄에 잠긴 마음을 살며시 다른 데로 돌리는 편이 낫다. 슬쩍 다른 화제를 꺼내 생각을 바꾸도록 유도하라는 것이다. - p9

이 책은 사회와 문화, 역사, 국가 등 뭐라고 집어낼 수 없는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적 지식들과 인물들을 모아 통행, 이주, 이동 등 경계를 넘어선 지식인들에 대한 삶과 그들의 생각, 그리고 그들의 비판적인 지적이 현재 어떠한 의미를 띄고 있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어떤 이들은 경계를 넘어선 이들에게 배신자라는 반갑지 않는 명칭을 부여해준다. 왜 각자 자기 자리에 갇혀 있어야 한단 말인가? 무엇 때문에 모두가 단 하나의 자리만 고수해야 한단 말인가? - p16 그 경계를 넘었다고 한들 그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 아니다. 가끔 사람들은 지금의 삶을 뒤집을 수 있는 충격이나 예상치 못했던 사건, 모험들을 원할 때가 있다. 지금의 나를 바꾸어주기 위해서는 외부의 힘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모험은 삶의 전환점이지만 여전히 삶과 어떤 연속성을 갖는다. 진정한 모험가는 무슨 사건이 일어나든 동요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앞에 놓인 기회에 따라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꾸며, 무엇보다도 어떤 식으로든 상황에 떠밀리게 되어 있다.- 47 인간이 정해 놓은 모호한 영역을 두고 그들이 이방인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참으로 짧은 생각임이 틀림없다.

본 책은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이방인을 자처했던 이들과 어쩔 수 없이 이방인이 되었던 지식인들의 삶과 사유를 잘 서술해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이르기까지는 그들의 지식과 논지 덕분일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조금 물러나 제 3자로서 비판할 수 있는 관점을 길러보자. 약간 어려운 인문학 서적이었기에 저자가 원하는 논지를 내가 제대로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주하지 않고 이방인으로서 다른 곳을 사유하는 지식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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