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이오지마 총지휘관 栗林忠道
가케하시 쿠미코 지음, 신은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아가는데 항상 두 가지의 시선이 존재한다. 하나는 나의 시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들의 시선. '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라'는 격언이 있을만큼 나와 그가 바라보는 시선은 그만큼 다르고 차이가 크다. 특히 내가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시선의 차이가 큰 사건으로는 일본의 2차세계대전 일 것이다. 일제시대라는 암울한 역사를 지닌 우리로서는 그들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고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어렸을 적부터 '일러라 일러라 일본놈~'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들에게 곱지 않은 인식을 키워온 우리로서는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하기 싫을 뿐이다. 어느날 학교 일본인 내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한지.... 그 친구가 나의 기분을 생각하고 말해준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인들은 별다른 감정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한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자기네들을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을 왜 그러한지 궁금해했다. 그들에 대한 증오와 미움은 그저 우리만의 감정이었다는 말인가....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나니 그들의 입장에서 한번쯤은 생각해봐야할 듯했다. 나만의 감정에 치우친 행동과 생각들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방이 막혀있는 깝깝한 생각일 뿐이다. 그들의 입장도 생각해보면서 열린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라면 현명한 삶을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바로 그런 나의 생각을 굳히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은 일본인의 입장으로 쓰여진 제2차 세계대전의 기록이다. 그 중에서도 이오지마 섬의 마지막 혈투, 총지휘관이었던 쿠리바야시에 대한 평전이었다. 언뜻보면 일본인을 찬양한 마음에 들지 않는 요상한 책이지만 나는 그 꼬인 마음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려 많이 노력하였다. 쿠리바야시라는 현명하고 용감한 인물을 그려낸 책이기에 그에게 집중하려고 계속 생각하였다. 하지만 책 표지에 떡~하니 군복을 입은 일본인이 있어 지하철에서 들고 다니기도 창피한 기분이 들었고 내가 왠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직은 옹졸한 나의 마음을 다스리며 차분히 책을 읽어나가자 쿠리바야시라는 인물이 천천히 보이기 시작하였다. 가족을 사랑했던, 그만큼 나라와 부하들을 사랑했던 군인. 그의 장점만을 찾아내서 그려낸 조금은 편협한 책일지 모르지만 분명 배울만한 점이 있는 위인이었다.

 

읽는 내내 쿠리바야시의 위대함을 읽어내려간다는 흥미로움이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일본인의 시선으로 그려진, 지금까지 내가 들어온 얘기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전쟁의 참상을 읽어내려가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 예전 연극을 했을 때 항상 무대 앞에서만 관람하던 재미와는 또다른 무대 뒤의 묘미. 동아리 운영진으로서 행사를 준비할 때 그저 그 행사를 즐기기만 했던 일반 회원일때와는 다른 책임감. 언제나 내가 지켜오던 자리와는 다른 자리에서 바라보는 사건들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이 책에서 느껴지던 재미도 아마 그런 종류의 것들일 것이다.

 

이오지마 전투를 미국의 입장에서 그린 영화와 일본의 입장에서 그린 영화 두 편이 현재 나와있다고 한다. 영화는 과연 그 참상을 어떻게 그려내었을까. 영화 두편을 모두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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