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열차 - 꿈꾸는 여행자의 산책로
에릭 파이 지음, 김민정 옮김 / 푸른숲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여행. 이 두 글자로 구성된 단어는 나를 항상 설레이게 만든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꽉 막힌 교실 안에서 하루의 반을 보내는 것이 너무나 답답하여 마음 속으로 여행을 떠올렸고 지금은 빽빽한 건물들 사이에서 매일 똑같은 하루를 바쁘게 지내는 내가 한심하여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그 꿈은 매번 돈, 시간, 결심의 부족으로 결실을 맺지 못하곤 하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그런 소망이 조금은 풀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내가 꿈꾸던 여행, 내가 상상하던 열차 여행이 바로 이 책과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처럼 열차를 타고 가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고 싶고 과거의 추억들을 떠올리고 싶었다. 바로 그것이 내가 여행을 하고 싶어했던 이유였다.

 

# 열차는 느리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현실이다. 기술이 발전해가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빨리빨리'를 외치게 되었고 우리의 이동수단 또한 속도가 중요시 되었다. 지하철, 버스로 모잘라 개인용 자가용이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게다가 이제는 지구 반대편으로 하루만에 갈 수 있는 비행기까지 필수불가결한 이동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그 사이에 기차가 있다. 기차는 산업혁명 당시 혁신적인 운송수단으로서 굉장한 속도를 자랑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른 것들이 개발되면서 기차는 점차 느린 이동수단으로 치부되었고 천천히 사람들의 추억으로 스며들게 되었다. 최근에 초고속열차 KTX가 개발되면서 기차도 빠른 운송수단으로 다시 태어나긴 했지만.... 그런데 KTX가 개발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안타까웠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무궁화호, 새마을호 열차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만 살아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 아쉬움은 이렇게 빠른 시대 속에 기차 하나만이라도 자신의 모습을 지니고 우리의 숨가쁜 마음을 달래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였다. 나만의 이기적인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추억 속 기차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차를 탔던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일 것이다. 그 당시 우리 아버지는 자가용을 갖기 이전이였기 때문에 외할머니 댁에 갈 적에는 항상 무궁화열차를 애용하였다. 의자 2개의 방향을 모아놓고 가족들끼리 삶은 달걀도 깨먹고 지나가던 간식차에서 소시지를 사 먹기도 하고... 그 때에는 '왜 우리 아빠는 차가 없을까..'라는 생각에 기차가 그저 싫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어떤 추억들보다도 소중한 기억이다. 작은 역들을 지나면서 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길일까.. 왜 가고 있을까..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을 배경삼아 이것저것 생각하고 상상하던 그 시절.. 나의 감성과 이성에서 1할정도는 열차가 키워준 것은 아닐까....

 

잔잔한 책이었다. 철컹 철컹.... 규칙적이고 잔잔한 기차 소리 만큼이나 저자는 잔잔하게 그의 생각들을 이 책에 옮겨 놓았다. 사실 읽기 전에는 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본 것들, 경험한 것들을 주로 적어놓은 기행문일거라 생각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감성기행문이다. 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 보게된 풍경들을 통해 그의 감정, 그의 생각들을 잘 정리해놓았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숨가쁘게 달렸던 나였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평온한 마음을 지니고 편히 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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