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세트 - 전2권
말런 제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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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1976년부터 1991년까지 15년이란 시간을 다루며, 75명의 등장인물들 중 13명의 화자를 선택해 구술이란 특이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자메이카를 중심으로 미국까지 무대를 확장시켜 다양한 공간배경을 보여주고, 혼란스러운 자메이카의 속살과 초강대국 미국의 음흉한 공작의 민낯을 정치적 역학관계로 엮어 복잡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총 1176쪽의 이 대작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이 작품을 지탱하고 관통하며 중심이 되는 하나의 소재는 있다. 실화인 1976년 레게 황제 밥 말리 암살기도사건이 그것이다. 이 역사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파생되는 일련의 사건들과 그로인해 오랜 시간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삶의 모습. 13명 화자들의 비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개개인의 삶속에서는 각자가 인생의 주연이기에 살벌하게 다가오는 모습들일지라도 가벼이 넘어갈 수 없다. 비록 총질과 폭력, 마약으로 얼룩진 인생의 실패자의 결말이라도 말이다.

 

페미니스트+퀴어 관점

작품의 옮긴이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런 바람을 드러냈다.

[2p 680. 실제의 어떤 인간도, 어떤 삶의 방식도 주변화 될 수 없듯 소설 속 화자들을 각각 하나로 꿴다면 커다란 줄기가 굵직굵직하게 잡힐 것이다. 예컨대 위퍼나 존-K, 니나 버지스를 사건의 축에 두고 이야기를 정리한다면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나 퀴어 비평의 관점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흥미로운 비평작업이 더 많이 이루어져 즐거운 의사소통의 시간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옮긴이의 말처럼, 대작이다 보니 이야깃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고, 여러 이야기 축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단 위 지문처럼 페미니스트적 관점이나 퀴어 비평의 관점을 합쳐서 중심으로 이야기 축을 세워본다면, 위 지문에 언급된 세 인물들은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비참하게 드러내는 여성이거나(니나 버지스) 동성애자다(위퍼와 존-K). 이들은 기존에 만들어진 질서나 체제에 순응하기를 강요받는 인물들로 자신의 위치를 억압받거나 또는 내면의 다른 모습을 감추며 살아간다. 페미니스트와 퀴어를 한 축으로 묶은 건 약자숨김이 다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강요와 폭력으로 드러나는 약자의 모습이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행동이 결국은 약하기때문이라는 범주에 들기에 두 양상은 그리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위퍼는 코펜하겐시티 갱단의 던(보스), 조시 웨일스의 오른팔이이고, -K는 살인청부업을 하는 백인소년이란 점이다. 두 남성은 감추고 싶은 모습(약함)과 동시에 총이란 폭력성을 보유한 인물들로, 언제든 그러한 약함을 감추거나 지워버릴 수 있는 힘이 있다. 반대로 니나 버지스는 약함 이외에 가진 게 없는 인물. 그녀에겐 자신의 위치와 공간(자메이카)에서 탈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동기를 가진, 두 남성과는 한 범주 안에 들면서도 완전히 다른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요소가 페미니스트+퀴어 관점에서 보면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갱단+CIA의 관점

작품의 시작이자 중심이 되는 밥 말리 암살기도사건은 자메이카 갱단과 미국 CIA의 합작품으로 벌어진다. 정치적 혼란은 극도의 사회적 불안을 동반하고 증폭될 수밖에 없기에 폭력집단이 창궐하는 건 당연한 모양새다.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을 양분하는 코펜하겐시티와 그보다 세력이 조금 약한 에이트레인즈란 두 갱단 중 코펜하겐시티의 행동대장 조시 웨일스는 CIA의 사주와 지원,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져 갱단원들과 함께 밥 말리 암살을 계획하고 실행하지만 미수에 그친다. 이러한 사건의 배경을 잠시 따져보면, 당시 자메이카는 쿠바의 전철을 밟아 사회주의가 될 가능성이 높았고 이에 불안을 느낀 미국이 자본주의를 표방한 노동당을 지원하는 코펜하겐시티 갱단을 움직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건은 미수에 그치고 CIA는 목적달성에 실패하지만 행동대장이었던 조시 웨일스는 몇 년 후 갱단의 보스가 된다.

 

[2p 248. 세상은 게토가 아니고 게토는 세상이 아니다. 게토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건 그들로 하여금 고통을 겪게 하는 일로 밥을 벌어먹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시절은 누군가에게는 나쁜 시절이기도 하다.

노동당도 인민국가당도 평화조약에 씨발 아무 관심이 없는 게 바로 그 때문이다. 전쟁으로 얻을 게 너무 많은 경우에는 평화란 게 생길 수가 없다. 또 평화라는 게 계속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라면 누가 그걸 원하겠는가? - 화자 조시 웨일스. 코펜하겐시티 갱단의 던(보스)]

 

누군가의 이득은 누군가의 손해로 충당된다. 자메이카의 사회주의를 막는 것은 미국에게 이익이 되고, 혼란한 정치, 사회상황은 폭력을 기반으로 하는 갱단에게 권력과 부를 준다. 그에 반해 자메이카 국민은 스스로 선택할 권리와 자유를 잃으며 폭력에 유린당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1976년 암살기도사건이 벌어진 2년 후 1978년에 자메이카의 두 갱단 보스는 지긋지긋한 폭력의 전쟁을 끝내고자 영국에 체류 중인 밥 말리를 설득해 두 번째 평화콘서트를 기획해 성사시키지만 평화는 요원하다. 누군가들에게 평화란 눈앞에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못한 가치일 뿐이다.

자메이카의 현실을 보여주는 갱단의 폭력성과 평화를 가장한 미국 CIA의 음흉한 공작은 목적은 다르지만 같은 범주 안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두 집단이 암살계획을 모의해 실행에 옮긴 것이고 말이다. 이 작품은 내내 폭력을 보여줌으로써 폭력의 부당함을 역설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코펜하겐시티 갱단의 보스, 조시 웨일스의 관점

작품의 중심소재인 밥 말리 암살기도사건의 실행자는 후에 갱단의 보스가 되는 행동대장 조시 웨일스다. 보스 파파-로가 기획한 밥 말리 평화콘서트를 방해한다는 건 그가 파파-로에 대한 배신을 넘어서 자메이카의 평화를 원치 않는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다. 조시가 왜 평화를 바라지 않을까란 대답은 간단하다. 앞서 언급한, 평화보다 눈앞에 현실적인 이익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는, 78명의 등장인물들 중 13명의 화자로 선택된 가운데에서도 제일 비중이 크다.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을 장악한 후에도 미국의 뉴욕 등으로 세를 확장시키는, 어떻게 보면 폭력갱단의 보스로서는 아주 적합한 인물이기도 하다. 총질과 폭력은 기본이고 임산부를 죽이는 데도 망설이지 않는, 천벌을 받아 마땅한 악당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CIA의 지원을 받으며 실행한 암살계획이 성공 직전까지 갔음에도 밥 말리는 살아남는다. ?

[p 220. 지금 수많은 남자와 여자가 가수(밥 말리)를 예언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일인데, 가수를 죽여 버리는 순간 그자가 순교자 등급 졸업장을 따게 된다는 건 왜 모를까. 그렇게 하면 온 세상이 뭘 알게 될까? 예언자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냥 사람일 뿐이라는 것.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총을 맞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나라에 있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수의 신변 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것도. 가수를 쏴서 그자가 딛고 있는 반석에서 떨어뜨리면, 가수는 인간 정도의 크기로 추락하게 된다...

1976128일이 되자마자 가수와 모든 사람들이 살아남았다는 뉴스가 나왔다. - 화자 조시 웨일스]

 

그러니까 조시는 밥 말리를 죽여서 이득을 얻는 게 아닌 역풍과 손해를 예측하고 그가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한낱 인간일 뿐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한 거다. 그럼으로써 이 총격사건은 사방으로 퍼져나갈 것이고,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사람들의 추측으로 지목될 것이며, 그로 인한 갱단의 내분과 사회적 공포는 그의 위치를 높이고 공고히 쓰이게 된다는 걸 계산한 것이다. 그는 단순히 악마적 폭력성만 지닌 게 아니라 갱단과 사회를 움직이는 자신만의 효율적인 방식을 알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그의 성향을 따라가 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품분석이겠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분량만 따로 떼어내 읽어도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 가장 비중이 큰 인물이다.

 

4개의 이름을 가진 니나 버지스의 관점

자메이카에서 사회적 약자로 힘든 생활을 하는 니나 버지스는 밥 말리 암살기도사건에 가담하지 않은 유일한 목격자다. 당시 총격사건의 현장에서 들켰음에도 조시는 그녀를 살려두었다. 그에 불안을 느끼던 니나는 가정불화의 사건을 계기로 집을 떠난다. 이후 그녀의 이름은 킴 클라크, 미국에 도착해서는 도카스 파머, 마지막에는 밀리센트 세그리로 위장된 삶을 살아간다.

내가 총 1176쪽에 달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13명의 화자들 중 가장 흥미롭게 본 캐릭터가 유일한 여성 화자, 바로 니나 버지스다. 강간이란 단어가 농담처럼 수시로 튀어나오고 실제 그러한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발생하는 자메이카에서 사회적 약자로 어떡하든 살아보려던 그녀는 그러한 공간(자메이카)을 탈출하는 것이 자신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닫는다. 미국이란 나라로 가기 위한 그녀의 행동과 들이는 노력은 안쓰럽다 못해 치열하다. 우선, 대체 이 자메이카란 공간은 어떤 곳인가.

 

[2p 305. 상상해봐, 백인 친구. 급수탑 두 대, 욕실 두 군데, 인간 5천 명 변기도 없고, 수돗물도 없고, 허리케인으로 찢겨나갔지만 원래 자석으로 붙여놓았다는 듯이 곧 다시 붙을 집들을. 그리고 그걸 둘러싼 것들을 보는 거야. 범퍼 홀에서 가장 큰 쓰레기장, 지금은 고등학교가 들어선 가비지랜드, 거리를 따라 도랑까지 그대로 피를 흘려보내는 도축장, 업타운 사람들이 자기네 똥을 곧장 우리에게로 내려 보낼 수 있게 하는 최대 규모의 하수처리장, 서인도제도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 시체보관소와 서인도제도 최대 규모의 산부인과 병원 두 곳, 카리브해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인 코로네이션 시장, 거의 대부분 여기서 장례식을 치르지. 기름에, 철도와 버스 터미널에, 그리고... 그런데 자넨 여기 왜 온 건가, 알렉스 피어스? 정말 알고 싶은 게 뭔가? 왜 자메이카 안내소에서도 해결해줄만한 질문으로 내 시간을 낭비하는 거지? - 화자 트리스탄 필립스. 자메이카 출신 마약상]

 

단순히 자메이카의 낙후된 환경을 보여주는 걸 넘어 필연적으로 폭력과 범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걸 말하기 위해 긴 지문을 썼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서 그러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아닌가. 이런 공간을 벗어나려는 니나의 몸부림, 미국에 도착해서도 의지할 사람 한 명 없고, 곳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의 살아가려는 삶의 의지를, 난 그녀에 대한 이 표현에서 가장 크게 느꼈다.

- ... 길을 걷는다...

암살사건을 목격한 후 그녀는 밤늦은 시각에 멀리 떨어진 집을 향해 길을 걷는다. 여동생 키미와의 불화가 발단이 돼 집을 뛰쳐나와서도 길을 걷고, 미국에서 간병인으로 찾아가는 집에서도 끊임없이 길을 걷는다.

[2p 286. 그렇게 나는 120번가부터 브로드웨이를 따라 걷고 있었다. 모르겠다. 걷다보면 너무 멀리까지 온 나머지 계속 가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지는 시점이 온다. 언제까지 그렇게 걷느냐면 잘 모르겠다. 항상 잊어버렸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다시 걷고 있다. - 화자 도카스 파머(니나 버지스)]

 

길을 걷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끊임없이 나아가겠다는 무의식의 의지가 아닐까. 그런 의지가 그녀를 자메이카에서 탈출시켰고 이후 여러 다른 이름으로 힘들게 살면서도 어떡하든 살아가게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바로 그런 끊임없는 의지가 한발 더 나아가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로 조시 웨일스를 꼽았다. 난 작가가 조시를 통해 폭력적인 자메이카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면, 니나를 통해서는 평화로운 자메이카의 미래를 꿈꾸고 그러한 방법의 하나로 이러한 그녀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밥 말리가 콘서트를 통해 평화를 외치려한 것처럼, 작가는 니나를 통해 평화를 위한 끊임없는 의지의 한 걸음이 필요하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싶다.

 

암살미수사건의 목격과 가정불화로 인해 집을 떠나온 지 15. 작품의 맨 마지막, 니나는 자메이카 폭력의 상징인 조시 웨일스의 죽음을 알게 되면서 원망의 대상이었던 여동생 키미에게 전화를 건다. 화해의 손짓인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건 의미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주었으니까. 그저 관계의 회복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뿐이다. 13년 전 자메이카의 두 갱단 보스가 서로에 대한 폭력을 그만두자고 합의한 것처럼 말이다. 작가는 니나와 여동생 키미를 이렇게 치환해 자메이카의 희망을 염원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역사의 기록

화자 중 한 명인 잡지 롤링 스톤의 기자 알렉스 피어스는 당시 암살기도사건의 현장에 있었지만 니나 버지스처럼 관여된 인물이 아닌 우연히 현장에 있었던 자였다. 그리고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자메이카의 갱단 역사를 쓰려고 여러 인물들을 만난다(위 화자 트리스탄 필립스의 지문 참조). 알렉스는 밥 말리를 쏜 자가 조시 웨일스임을 아는 몇 안 되는 인물로 총 7부로 기획한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를 잡지 뉴요커에 3부까지 연재하다가 뉴욕 갱단원들에게 협박을 당한다. 그들의 요구는 자신들에 관해서는 빼달라는 것. 이후 알렉스가 나머지 4부를 어떤 식으로 쓸 지는 알 수 없다. 자메이카 역사의 기록은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싶다. 빈 공간의 기록에는 피의 역사가 아닌 자메이카의 희망이 쓰여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도 들어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13명의 화자들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끄는 이 작품에는 다양한 인물군이 등장한다. 갱단의 보스와 갱단원이 있으며 어린 살인청부업자, 음흉한 CIA요원, 유령 정치인, 무시당하는 기자, 여러 이름을 가진 여자 등이 등장해 15년의 시간을 말한다. 수많은 사건들이 얽혀있고 화자들의 말 속에는 비속어와 욕설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와 거부감을 느낄 사람도 있겠다(개인적으로 이러한 번역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요소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러나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각각의 화자들이 걸어온 파란만장한 길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이해가 안 되거나 설명이 부족한 부분들이 나중에 언급되면서 전체의 퍼즐이 맞아나간다. 맞아나가면서 작품 전체를 차분히 정리해주려고 애쓴 작가의 흔적들이 곳곳에 드러난다. 그러니 초반에 잘 이해가 안 돼도 흐름 따라 넘어가면 되겠다.

 

위에서 4가지 관점을 예로 든 건 작품의 색다른 재미, 복잡한 서사와 낯선 이야기 방식의 이해를 돕고자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언급했듯 흐름 따라 넘어가다보면 13명 화자들의 삶, 자메이카의 피로 얼룩진 역사에 조금씩 젖어들게 된다. 그리고 밥 말리를 떠올리게 된다.

눈을 뜨고 내면을 바라보라. 당신들이 지금 살고 있는 삶에 만족하는가?”

밥 말리의 말처럼 내면의 각성을 하는 인물은 13명 화자들 중 여성 화자 니나 버지스가 유일하다. 그리고 그녀만이 유일하게 총을 들지 않았다. 작품 전체가 총으로 상징되는 폭력을 드러내는 가운데 이러한 니나의 행보는 새로운 삶에 대한 각성과 의지, 평화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겠냐는 작가의 의도로 읽힌다.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한 걸음씩 길을 걷는, 그래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의 빈 공간을 자메이카의 희망으로 쓰고 싶은 작가의 바람을 느낀다.

 

밥 말리는 암살기도사건이 있던 1976년에서 5년이 흐른 1981, 36살의 나이에 암으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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