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
김용민 지음, 고성미 사진 / 인터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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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가끔 들어갔다. 나꼼수, 예전 열풍이었던 시기에 방송을 몇 번 들은 기억이 있다. 김어준과 3인방,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잘 모른다. 사진으로 본 적은 많아 얼굴식별이 가능하다. 이게 내가 방송과 그들에 대해 아는 전부다.

그러니 이 책을 봤다고 어설프게 아는 척 할 수 없다. 정치적 행동을 논한다거나 할 수도 없다(뭘 알아야지...) 나꼼수 4인방, 특히 김어준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김어준 평전’이라 이름 붙은 이 책을, 나꼼수나 김어준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읽었다는 등의 가식을 떨 생각은 없다. 호기심이 있었다면 4인방이 쓴 그동안의 책들 중 한 권이라도 읽었을 텐데, 난 이 책이 그들에 관한 첫 책이다. 그럼 왜 읽었냐고? 리뷰 이벤트가 있어서다. 나꼼수가 열풍이었던 시절부터 그들이 궁금하긴 했다.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찾아서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언제 기회가 되면 그들에 관한 책을 읽어볼 마음은 있었다. 그게 이번 기회와 맞물렸기에 읽었다.


책의 머리말 시작부터 이런 구절이 있다.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지는 말지어다!

예능은 재미다. 그러니 재미로 읽으면 된다는 거고, 읽는 동안 재밌었다.

1998년 7월 4일, 조선일보 인터넷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딴지일보의 창간배경, 2011년 4월 27일에 첫 녹음을 시작한 나꼼수의 탄생비화, 서울시장이 되는 박원순 밀어주기, 정봉주가 감옥 간 사건과 맞물려 터진 ‘비키니 사건’과 김용민의 19대 국회의원 총선출마에서 드러난 막말사건, 나꼼수 최종회까지 기사를 통해 조금은 알고 있었거나, 몰라서 더 흥미로웠던 일들이 몰래보는 야사(?)처럼 다가왔다.


이 책의 저자 김용민은 김어준의 최측근이자 나꼼수 4인방의 한 인물이기에 아무리 논리적인 근거를 붙인다고 해도 그러한 사건들의 객관성을 담았다고 주장하기는 힘들다(그래서 머리말에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시작부터 썼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객관성이란 건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성질을 말하는데, 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란 것도 개개인의 주관성에서 발생한 거라 어떤 집단인가에 따라 객관성의 성질이 달라질 수 있기에 ‘객관성’이란 말 자체에 어폐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러니 이 책은 ‘객관성’이란 두루뭉술한 성질을 배제한, 개인의 주관성에 나름의 논리를 적용시켜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다. 때문에 읽는 사람들 중 저자의 말에 이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짜증은 낼 수 있을지언정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분통을 터뜨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고.)


위에서 언급한 사건들이 공적인 일화라면, 김어준과 3인방에 얽힌 사적인 에피소드들이 개인적으로는 더 흥미로웠다. 대학졸업 후 포스코 입사 8개월 만에 짐을 싸고 세계 50개국을 돌아다닌 김어준의 배낭여행 이야기는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가장 큰 계기가 아닌가 싶다. 그 스스로도 “배낭여행을 통해 트인 세계시민으로서의 식견이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그 말대로, 사람은 누구나 겪은 만큼, 딱 그만큼만 성장하는 것이니까.” 라고 말하고 있으며, 측근인 저자도 “김어준의 안목은 팔할이 여행에서 다져진 것이다.”라고 평한다. 그의 식견과 안목이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보고 듣고 체험한 게 많을수록 시야가 넓어지는 건 맞는 소리니 그의 성장을 굳이 폄하할 필요는 없겠으며, 일단 돌아다닐 그 용기가 부럽다.


라디오 ‘김어준의 저공비행’에서 친하지 않았을 무렵, 김어준이 깔때기를 심하게 하고 있던 정봉주에게 ‘의원님, 시끄러워요!’라고 소리치고는 둘 다 웃어댔다는 이야기나, 처음 주진우를 불편해하던 정봉주에게, “내 취재대상이 되면 당신은 죽어.”라고 맞받아치며 ‘자력으로 나꼼수에 정착한’ 주진우의 이야기 등은 남다른 포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재밌게 본 이야기는 P 259, 김용민이 정치에 참여하기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문재인의 성대모사를 욕과 섞어 흉내 낸 부분인데, 방송에서 보는 문재인 전 대표의 성품과 말투를 익히 알고 있기에 그 페이지는 몇 번을 다시 봐도 낄낄거렸다.)


‘딴지일보’와 ‘나꼼수’는 김어준이란 사람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그를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가 된다. 워낙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공적인 사건이니까. ‘명랑사회 창달’이란 ‘딴지일보’의 창간모토는 ‘색깔론으로 먹고 사는 타락한 언론과 현실 권력을 패러디’하는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각하 헌정 방송인 ‘나꼼수’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잔꾀(꼼수)를 지칭하는 것으로 여러 큰 이슈들을 만들어냈다.


[p 64. 그런데 김어준은 정통 스타일을 고집한 오연호와 달리 ‘패러디’를 주무기로 삼았다. 이는 김어준식 메시지 확산의 기제였다. 오연호의 논문 ‘상호작용성의 두 차원과 인터넷저널리스트의 변천’에 따르면, 김어준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말을 사람들이 들어줄까 고민했는데, 돈, 힘, 권위, 역사가 없는 그로서는 ‘재미’를 무기로 삼았다. 거기에서 패러디라는 딴지일보의 독특한 스타일이 등장했다. 비단 패러디라는 표현 양식만이 아니었다. 공학도답게 김어준은 플랫폼에 대한 관심 또한 커서 2013년 대선을 정점으로 팟캐스트 ‘나꼼수’로 대박을 친다.


p 125. 플래넷을 접을 시점이었다. 김어준의 말이다.

“우리는 대단히 편파적이다. 그러나 편파적이 되는 과정은 대단히 공정하다.”

‘2002년 대선후보 일망타진 이너뷰’에서 밝힌 이 말은 그의 수많은 어록 중에 가장 빛나는 것이라 나는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마구만’이라는 네티즌이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게시판에 글을 올려 김어준의 이 말에 보태는 듯 한마디 했다.

“공정하게 편파적인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이며, 편파적으로 공정한 것이 가장 편파적인 것이다.”]


그러니까, 김어준으로 대표되는(나꼼수 4인방이 아닌 이유는 이 책이 ‘김어준 평전’이기에) ‘딴지일보’나 ‘나꼼수’가 바로 김어준이란 사람을 평가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했을 때, 위 두 문단의 ‘재미와 패러디’, 그리고 ‘편파적이지만 과정은 공정한’이 바로 김어준이란 인물의 특성이란 거다. 그리고 최측근인 저자는 그런 특성을 이 책의 곳곳에서 그렇게 드러내고 있다.


[ p 168. 김어준은 진보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합리를 추구합니다. 정치적으로 대체로는 진보가 합리적이어서 겹치는 것일 뿐, 김어준을 진보로 이해하려는 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는 꼴입니다.]


‘김어준과 15년 동안 먹고 사는 문제를 함께 공유했던 딴지일보 편집장 김용석’과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어차피 이 책은 저자가 공정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쓴 편파적인 책이기에 최측근인 편집장의 평가 또한 그런 범위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봉주야 정치인이니, 주진우야 기자니까 그렇다 치고, 이 책을 완독하기 전, 대체 김어준은 뭐하는 사람이기에(김용민도 잘 모르겠고) 희한한 사람들 넷이 모인 곳에서, 그것도 리더역할을 하며 무슨 자신감으로 저러는 거지? 라는 궁금함이 있었다. 그의 이력이야 이제 조금은 알겠고, 아래 문단에서 그의 자신감의 배경을 찾았다.


[p 22.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만나면 곧바로 꼬리를 내려야 하는 상대적 자신감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잘난 줄 알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자산을 정확하게 평가해서 그것에 만족하는 절대적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것... ...

자존감은 외부적인 것과는 관계없이 자기객관화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객관화가 안 되면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그러나 내 부족한 부분까지 수긍하고 긍정하여 형성되는 자존감을 자기면 그러한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여유가 생겨 ‘타자’를 쳐다볼 수 있게 된다고 그는 믿었다.]


이 책, ‘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을 완독하고 이 글을 쓰면서 호의를 드러내는 걸 자제하려 했는데 잘 안 된 듯싶다. ‘나꼼수’와 4인방에 대한 약간의 호감이 있기에 그런 티를 내도 상관은 없겠으나, 그렇다고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런다는 게 좀 불편한 감도 있다. 그건 아마 ‘나꼼수’와 김어준이란 사람이 그만큼의 파장을 일으켰기에, 그리고 그 파장에 온전히 동의하는 것도 아니기에 그런 듯싶다.

어쨌든, 어떤 상황과 환경, 누구를 만나 조금이라도 위축된다는 느낌이 들 때, 내가 툭하면 속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쫄지마, 시바! 잃을 것도 별로 없는 놈이...’

쫄지마,로 대표되는 그에 관한 책을 읽었다. 재밌게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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