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1
김혜진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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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좋아하는 SF 소설.

그 계기는 동아시아 덕분이였고 이번에도 동아시아 허블 덕분에 너무 재미있는 책들을 읽었다.

게다가 시리즈들이 MBC SF 앤솔러지 드라마로 나와서 더 기대된다.

(웨이브에서 미리 선공개되었길래 결제할 정도로 책이 너무 재밌었다 진심으로.)

'SF가 우릴 지켜줄거야' 첫번째는

김혜진 작가님의 소설, <깃털>이다.

그 안엔 3가지의 단편소설이 들어있는데 하나하나 의미하는 바와 생각할거리들이 있어 좋았다.

/ 깃털

'조에'라는 우주로 날아가는 로봇새,그리고 그 새와 함께 장례를 더 뜻깊게 치뤄주는 우주장의사 세영.

먼 우주섬에 사는 한 남자가 다큐멘터리를 보고 세영에게 연락을 한다.

옛날에 살던 지구에서 자신의 장례를 치르고싶다고.

지구온난화와 오염된 도시에서의 점차 사라져가는, 후각을 잃은 새들

그리고 '스페이스 콜로니'라는 라그랑주 점에 위치한 원통형 우주섬과 그 속의 로봇 동물들.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얼마전 기후변화로 떼죽음 당한 플로리다주의 물고기들이 생각났다.

정말 이러다 지구에선 살지못하게되지않을까, 난 지금의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까 생각해보기도했다.

이 '깃털'에서는 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반전과 그 속의 진하고 깊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반전은 책으로 읽어보세요)

마지막 조에를 날릴때 세영의 감정에 자연스레 이입을 하게되었다.

자신의 장례를 곁에 머문 후 치뤄달라는 남자의 이야기,

후에 그 의미를 알게된 세영의 마음이 예상되어 나까지 뭉클하게 만들었다.

어떤 마음으로 새를 품고 멀리 날렸을까

약간의 원망과 후회도 담겨있을까 싶었는데 책 속의 세영은 훨씬 더 단단해보였다.

나도 조에가 저 멀리, 높게 날아가 다시 되돌아오길 함께 바란다.


/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로봇과 인간 그 사이의 윤리적인 간극을 다루고있는 이야기.

간병로봇 TRS은 식물인간인 성한의 어머니를 간병하고있고 그 옆을 매번 지키고있는 성한과도 함께 한다.

몇년째 깨어나지 않는 식물인간을 돌보며 점차 희망이 사라지는 가족들의 감정들과 병원 내 상황들,

그 희망이 비극이 되지 않게 하기위해 병원에 '생명을 살리는 전화' 스티커를 붙이고다녔던 최 신부님까지 인물의 감정과 상황이 모두 이해된다.

TRS는 성한의 절망감과 좌절감을 보고 어머니와 성한 둘다 비극적인 상황에 놓일것을 예상하여 신부님께 전화를 건다.

신부님이 TRS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쩌면 미래에 나도 갖고 있을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곧바로 반성하게되었다.

소설 마지막 문단에서 내 마음도 무너졌다.

"제가 고통스럽다는 걸 믿어주세요."

... 덜덜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붙잡는데 눈물과 함께 두려움이 솟아올랐다.

TRS는 인간을 살리려고한 최선의 판단과 선택이였는데 오히려 인간에게 더 외면받았다.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알고싶어 몇번이나 마지막 문단을 읽었다.

신부님과 TRS의 감정을 뚜렷하게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아마 모두들 다 읽고나면 울컥하게 될거같다.

TRS의 손을 너무나 쥐고싶었다... 믿는다고 고개를 몇만번 끄덕이고싶었다.

"인간도 저를 사랑으로 만들었나요?"

# 연이어 찾아온 죄책감이 그 칼자국을 곪게 했다. -P53

# 알아챘다. 자신을 가득 채운 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슬픔이 아니라 그간 자신이 억누르며 살아왔던 삶에 대한 억울함이라는 걸. -P80


/ 백화

흥미로운 소재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수있지 진짜 작가님 대단해요..

해수면이 엄청 상승한 지구, 그리고 그 환경에 맞게 인간도 물갈퀴를 갖게 진화되었다.

물갈퀴를 가진 종족과 아닌 종족이 마치 설국열차 속 앞칸과 맨 뒷칸처럼 계급이 나뉘게 된다.

크루즈 밑에 사는 진화되지 않은 사람들과, 그 위에 사는 진화된 사람들.

이 역시 밑에서 굶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살리기위해 '진주'는 용기를 내서 배 위로 올라가고 그 곳에서 '해인'을 만난다.

첫인상은 좋지못해도 둘의 미묘한 관계에 나도 몽글몽글해졌다

그리고 아주 마지막에 내 속까지 뻥~ 뚫렸다.

출판사 리뷰에서 이 책을 소개해준 말에 격한 공감을 했다.

'한 편의 환상으로도, 한 편의 꿈으로도, 한 편의 퀴어 SF로도 읽히는 소설'

# 그들이 기다려온 진화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때에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이루어졌다 -P129

배 밑창과도 같았던 그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색깔이 돌아왔다. -P130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이 꿨던 꿈으로 '희망의 색깔이 돌아왔다'는 표현을 썼는지 얘기해주셨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나는 꽃다발이 다시 살아난다는 데 희망을 두고 계속 썼다'


SF8 드라마로 나오는 이야기는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이지만

나는 '백화'도 너무 보고싶다. 신비롭고 경의로운 이야기에 몽글몽글하면서도 촉촉한 색감의 화면일것같은 내 상상 속 백화 분위기..ㅎㅎ

김혜진 작가님의 3편은 다 다른분위기를 가지고있는것같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재미도 느낄 수 있거니와 어떤 '관계'에 대해서 뭐라설명할 수 없는, 얘기마다 다 다른 묘한 감정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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