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로부터 ˝소설가가 되어주세요˝ 라는 부탁을 받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닌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 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설사 다른 사람들이 말려도, 모질게 비판을 받아도 내 방식을 변경한 일은 없었다. 그런 사람이 누구를 향해서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거기에는 친철한 마음의 편린 같은 것이 보일까? 아니다 보이지 않는다. 무심한 여름 구름이 보일 뿐, 그것은 나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구름은 언제나 말이 없다. 시선을 향해야만 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안쪽인 것이다. 나는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린다. 깊은 우물의 바닥을 보는 것처럼. 거기에 보이는 것은 언제나 같은 나의 성격일 뿐이다. 개인적이고, 완고하고, 협조성이 결여된, 때로 자기 멋대로인, 그래도 자신을 항상 의심하며, 고통스러운 일이 있어도 거기에 우스꽝스러운 것을 또는 비슷한 것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은 나의 본성이다. 낡은 보스턴백처럼 그것을 둘러메고, 나는 긴 여정을 걸어온 것이다. 좋아서 짊어지고 온 것은 아니다. 내용에 비해 너무 무겁고, 겉모습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군데군데 터진 곳도 보인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짊어지고 갈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메고 온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애착도 간다. 물론. P229 ]
항상 쉽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 몸에 녹아있는 지금, 올라온 삶의 길을 다시 내려다보면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무식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공허함이 찾아오는 요즘 잘은 알지 못하지만, 경험적으로써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