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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되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
이정연 지음 / 와우라이프 / 2024년 4월
평점 :
브런치 작가 이정연이 종이책을 출간하였다. 십여 년 동안 생사를 넘나든 작가의 깊은 생각을 간결하고 소탈하게 전달하는 문장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달하는 작가의 글을 읽다 보니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스물다섯에 ESRD로 투석을 받게 되어 삼십대 중반까지 투병하며 지낸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견뎌냈을까.
생을 포기하고 싶은 숱한 순간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왜 아니겠나. 하지만 작가는 거기에서 한 걸음 나아간다.
버티고 또 버텼다. 잘 살아왔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지만, 그 누가 묻던 지간에 잘 버텨왔다고는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버티는 일이 때로는 생에 가장 능동적인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시간 속에서 알았다. (71쪽)
이정연 작가는 매주 월, 수, 금에 투석하러 병원을 오가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왔다. 대중교통 안에서 스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과 짧은 말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낯설고 차가운 순간을 만나기도 했지만, 작가는 긍정적인 결론을 얻는다.
그래, 세상은 생각보다 친절하다. 내가 친절한 세상을 믿지 않았을 뿐. 앞으로 조금 덜 방어적으로 살아간다면. 친절한 세상을 믿어본다면 어떨까?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혼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121쪽)
최악의 상황을 만났다고 해서 마냥 실망하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저 평온한 마음으로 감내하고 버티면 이렇게 다음 순간 맛있는 밥을 먹을 수도 있는 거야! (203쪽)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알면 그렇게 무소의 뿔처럼 빠르게 나아간다. 이미 수십 번 오른 시술대인걸. 씩씩하다는 말을 정연스럽다로 대체해도 될 정도가 아닌가. (13, 15쪽)
그녀는 자기 앞에 닥친 일 중에서 역대급 파장을 일으키는 순간조차 흐르는 삶 중에 어디메쯤 서 있는 것뿐이라고, 자신과 주변을 토닥일 줄 안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어떤 조건 속에서도 감사함을 잃지 말자는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