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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담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6년 4월
평점 :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어떤 단락을 필사해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았던 흉담. 삿된 것의 영향을 안 받는 피라는 믿음으로 SNS 이벤트를 통해 자신만만하게 신청했던 서평단이었지만, <흉담> 1장을 읽은 다음날부터 지독한 몸살에 시달리게 되면서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이 책 뒷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서술자인 나(전건우)는 가까이 지내던 교수의 기묘한 죽음에 <흉담>이 얽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육모돈이라는 의문의 인물에게 흉담을 직접 들은 나는 자신에게 씌인 저주를 풀기 위해 교수의 딸 차미조와 저주 전문가인 발람과 함께 K시로 향하는데...
전건우 작가는 오싹하고 소름돋는 상황을 지나치리만큼 생생하게 전달하는 작가다. 먼저 첫 장부터 등장하는 경고문. '절대 소리내서 읽지 말 것/ 절대 한밤중에 읽지 말 것/ 절대 자기전에 읽지 말 것 / 다 읽은 뒤에서는 소금물로 입을 헹굴 것' 제목부터가 영 찜찜하고 작가가 실제 경험한 일을 각색한 내용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운데, 첫 장을 넘기자마자 이런 경고문이 눈에 들어오면 누구라도 공포심이 훅 올라가리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랬고.
이 책에서는 저주의 그릇인 <흉담> 자체의 내용만으로도 이미 흉물스럽지만 ,12시가 되기 전 이 저주를 끝내야 한다는 타임어택이 주어진 덕분에 독자로 하여금 등장인물처럼 초조함과 절박함을 함께 느끼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놀라운 묘사력 덕분에 안 그래도 무서운 소재의 이야기를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재생되게 만들어 으스스함이 배가 된다.
꽉 닫힌 결말이라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저주에 영향을 잘 받거나, 무서운 이야기가 꿈에서 재생되는 분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단, 이 더운 여름밤을 무서움으로 꽉꽉 채우고 픈 독자들에겐 적극 추천. 출판사에서는 '호러 미스터리'라고 홍보하는 것 같은데, 사실 미스터리적 요소는 많이 약하다. 논리적인 과정과 합리적인 결말을 원하는 미스터리 독자라면 <흉담>의 정체와 저주가 실린 과정의 개연성이 너무 느슨하다고 생각할테지. 물론 나도 그랬고. 그렇지만 호러라는 장르에 논리가 필수인 건 아니지 않나. 책장을 열자마자 몸살에 걸려서 다 읽고 책을 덮은 다음날에서야 서서히 몸살 기운이 사라진 나처럼 말이다. 자신이 겪은 일을 이렇게 무섭도록 실감나게 각색한 책이라니. 여름날 더위를 물리치는데는 <흉담>을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