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지컬 AI 패권 전쟁 - 미국과 중국이 촉발한 제2의 냉전
박종성 지음 / 지니의서재 / 2025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중국이라는 ‘용의 거울’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비추며 질문을 던진다. “대한민국은 무엇을 가졌고, 무엇이 발목을 잡는가?” 저자는 한국이 ‘추격자’라는 안일함 속에서 파편화된 전략과 대기업 중심의 폐쇄성을 방치한 결과, 산업 경쟁력의 붕괴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경고한다.
2023년, 중국은 ‘딥시크(DeepSeek)’를 공개하며 전 세계 AI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서구는 이를 그저 ‘운 좋은 대륙의 해프닝’이라 치부했지만, 딥시크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난 10년간 중국이 조용히, 그러나 치밀하게 쌓아 올린 거대한 전략 인프라의 필연적 결실이었다. 딥시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하늘을 장악한 드론 제국 DJI, 도시를 살아 있는 실험실로 바꾼 자율주행의 선두 주자 바이두, 전기차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한 ‘공장의 손’ 유비테크까지, 중국은 이미 ‘피지컬 AI’의 전 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위기의 신호를 경고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저자는 중국의 모델을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중국 산업 생태계가 가진 아킬레스건을 역이용하고, 한국의 민첩성과 고품질 제조 역량이라는 강점을 극대화하는 ‘호랑이다운’ 싸움 방식을 제시한다. ‘K-피지컬 AI 2035’라는 국가 전략 비전을 중심으로, 핵심 부품 자립을 위한 10조 원 규모의 ‘가디언 펀드’ 조성, 그리고 판교–창원–평택을 잇는 한국형 ‘혁신 조립 라인’ 구축 등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한다. 정부와 기업이 기술 패권 시대에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그 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제언이다.
이 책은 기술의 본질, 지정학의 냉혹함, 그리고 국가 생존의 전략까지 치밀한 논리로 직조한 21세기 피지컬 AI 전쟁의 결정판이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챗GPT의 마법에 가려 있던 진짜 전쟁터가 펼쳐진다. 지금 중국이 그리는 거대한 판에 주목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권력과 경제 흐름을 읽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