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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춤
김지연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3년 10월
평점 :
어두운 밤, 휘영청 뜬 달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달빛은 맨눈으로 보아도 편안해서 그런지 괜스레 더 친근해요.
잠이 오지 않는 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만나는 달빛은 은은한 위로를 줍니다.
이런 달빛과 춤이 만났네요. <달빛춤>. 어떤 이야기일까요?
앞표지를 보면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노랗고 환한 달이 떠 있습니다.
아이가 달을 받들고 있네요.
하늘에 뜬 달이 아이에게 가 닿은 걸까요?
하얀 선으로 그려진 꽃, 풀, 물고기, 구름, 물 등 자연이 아이와 달빛을 감싸줍니다.
세상 만물이 조화로움을 보여주는 듯 해요.
표지 그림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지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열어봅니다.
짠! 앞면지에요. 먹으로 그려진 그림인데 어둡지 않습니다.
흰 구름, 사뿐 사뿐 내려앉는 눈송이들 덕분인데요.
출판사 책 소개를 보니 '호분'을 썼다고 해요.
*호분이란?
패각(조개껍데기)를 풍화시켜 가루로 만든 흰색 안료로 전통 회화에 중요한 재료라고 합니다.
9층 석탑도 눈에 들어오시죠?
대한민국 보물 제796호라고 해요. 운주사 입구에 있다고 합니다.
운주사에는 천 개의 불상, 천 개의 탑이 있었다고 해요.
현재는 80여기의 석불, 21기의 석탑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출처: 운주사 누리집. https://www.unjusa.kr/)
한 장을 또 넘겨봅니다.
작가의 말은 한 편의 시네요.
속표지에서 누군가 보름이를 찾아요.
보름아! 보름아!
아가는 할머니에게 보름이는 언제 오냐고 묻고
할머니는 대답해요.
들러들러, 둥실둥실, 휘영청
어둡고 캄캄한 곳 비추느라
언덕 너머 하늘쯤 있을 테니
아마도 곧 올 게다.
아, 보름이는 보름달이군요!
아가는 보름이를 마중가겠다고 보채고
할머니는 피리 소리에 아가를 태워 보내줍니다.
아가 표정 좀 보세요. 정말 귀엽죠? ㅋㅋㅋㅋㅋ
판화 특유의 힘찬 느낌도 멋집니다.
할머니의 정체는? 마고할미였네요.
운주사 창건설이 3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마고할미가 세웠다는 설이라고 해요.
*마고할미는 누구?
한국신화에서 세상을 창조한 신, 즉 대모신이다. 여성들이 새로운 생명을 낳는 것처럼 여신이 우주를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인의 형상을 하고 산, 섬, 하천, 돌, 다리, 성곽 등의 창조에 관여하는 존재이다.
(출처: 한국 여성사 편지, 한국민속문학사전)
보름이가 찾아오는 오늘은 하늘에서 잔치가 열리고
달빛 안에 모여 춤추면 모두 동무가 된다고 합니다.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면 생김새도 복장도, 상황도 각각 달라요.
저마다의 사연이 궁금합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에요.
이들은 보름이 찾아오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습니다.
보름이 찾아오도록
서로 힘을 모아 크고 작은 돌들을 모아 하늘을 만들고 별을 만들어요.
달빛에 비춘 돌들이 반짝거려 별이 총총한 하늘이 땅에 만들어집니다.
온다. 온다. 온다. 보름이 온다.
왔다. 왔다. 왔다. 왔다. 왔다. 왔다.
글로 옮기면 같은 낱말의 반복일 뿐인데 그림과 함께 하니 왜 이렇게 뭉클한지요.
보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간절함을 다 아는 듯이 숲에도, 산에도, 들에도, 초가집에도, 기와집에도, 현대주택에도 달빛이 쏟아집니다.
쭉 검은색이 배경이던 그림이 흰색 배경으로 바뀝니다.
하늘 잔치가 열려 모두 모여 달빛춤을 추는 장면이에요.
너도 하늘. 나도 하늘.
우리 모두
하늘이다.
모두가 평등하고 하늘처럼 고귀한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모두가 어우러져 달빛춤을 추어요.
승무, 발레, 부채춤, 탈춤, 막춤까지! ㅋㅋ
다들 달빛과 함께 즐겁습니다.
한바탕 춤추고
한바탕 동무 되니
온 누리가 하나.
온 누리에 평화.
다시 검은색 배경이에요.
하지만 편안하고 따스한 어둠이에요.
어두운 밤, 평화로운 잠을 자는 석불들과 아가.
여러 동물들과 식물들이 그들과 함께 해요.
세상 만물이 평화로운 이 장면, 오래오래 눈으로 마음으로 담고 글을 곱씹어요.
온 누리가 하나. 온누리에 평화.
차별과 혐오, 전쟁과 분쟁이 가득한 지금 인간 세상이 너무 부끄러워져요.
한바탕 춤추고 한바탕 동무가 되는 이 그림책 세상이 우리의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운주사에 천불을 새기고 천탑을 쌓았던 사람들의 마음처럼,
우리도 간절한 마음을 가져보아요.
온 누리에 평화.
이 뒤에 나오는 마지막 네 장은 압권입니다.
보름달이 거북이를 타고 간절한 마음이 피어날 곳으로 가요.
꼭, 꼭 이 책 실제로 보셔요.
책이 너무 좋아서 장면장면마다 호들갑떨고 싶은데 꾹 참았어요.
소장해서 자꾸자꾸 꺼내 읽을 책입니다.
이 글은 제이포럼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