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막대 파란 상자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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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요?


아이가 아홉 살 생일을 맞으면, 집안 대대로 물려받는다는 파란 막대와 파란 상자 이야기입니다. 
여자아이 집안에서는 파란 막대를, 
남자아이 집안에서는 파란 상자를 물려받습니다.
 
이것들은 어디서 난 건지, 또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네요?
그래서 아이들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쓰임새를 생각하며 놀았고, 공책에 기록했다고 해요. 
공교롭게도 공책에 기록한(곧 기록할) 아이들은 각각 아홉 명. 총 18명의 이야기가 책에 담겨있습니다. 




1. 양방향 그림책
이 책은 앞뒤가 따로 없습니다. 양쪽 어디에서든 먼저 보아도 됩니다. 
구조는 같지만 내용은 다른 두 이야기가 가운데에서 만나는데요. 
여자아이의 파란 막대 이야기가 끝나는 부분,
남자아이의 파란 상자 이야기가 끝나는 부분에서 
트레싱지로 절묘하게 두 아이의 손이 맞닿고 파란 막대와 파란 상자가 겹쳐집니다. 





2. 기발한 상상력
아이들은 물건의 쓰임새를 알면서도 자기 나름대로 기발하게 가지고 노는 재주가 있죠. 
재주라기보단 본능이라고 할까요? 
이 파란 막대와 파란 상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이기에 아이들은 더욱 자유롭게 가지고 놉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옮겨 볼게요. 


<파란 막대> 
"체칠리아는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아이가 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막대에 두꺼운 종이판을 붙여 팻말을 만들고
그 위에 이렇게 써 놓았습니다. 
"싫어요!", "난 그렇게 하지 않겠어요!"
그러고는 어른들이 자기 의견을 인정할 때까지 팻말을 들고 다녔습니다. 


이 기록을 읽은 클라라는 괜찮은 생각이라며 빙긋 웃지요. 


어른들의 명령과 권위에 불복종하는 모습,
어른들이 자기 의견을 인정할 때까지 들고 다니는 꿋꿋함. 
참 씩씩한 아이지요? ㅎㅎㅎ


<파란 상자>
"티모테우스는 아빠가 되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상자 안에 아주 부드러운 솜 조각과 깃털을 깔고
그 위에 달걀 세 개를 조심스럽게 올려놓았습니다. 
그러고는 상자를 담요로 싸서 벽난로 옆에 두어 따뜻하게 해 주면서
깃털로 만든 베개로 며칠 동안 덮어 두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안에서 마침내 병아리 한 마리가 깨어났다고 합니다."


이 기록을 읽은 에릭은 감탄해마지않죠. 
어린 생명이 또다른 생명을 틔워내고, 또 그에 감탄하는 모습이 경이롭습니다. 
심지어 아직 엄지 손가락을 빠는 아이인데도요. 
정성을 다 하는 모습에서 이미 훌륭한 아빠의 자질이 보입니다. 


3. 아름다운 무늬들
이보나 흐미엘렌프스카 작가님 그림답게 섬세하고 아름다운 무늬들이 장면마다 눈에 띕니다. 
면지에 나오는 막대와 상자의 포장지부터 아름답고요. 
아이들의 옷, 방의 벽지, 소파, 카펫, 접시 등 하나하나 고풍스럽고 아름다워요. 


클라라와 에릭은 어떤 놀이를 할까요?
그리고 또 그 뒤에 물려받은 아이들은요? 
아주 오래 전, 윗세대의 이야기를 읽고 흥미로워하는 클라라와 에릭을 보며 흐뭇하게 웃어봅니다.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매개로서 '이야기'만한 게 있을까요?
우리에게 파란 막대와 파란 상자는 없더라도 이 책이 있으니까요^^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아름다운 창조와 자유를 이어가보렵니다. 

멋진 책 선물 감사합니다. 

이 글은 제이그림책포럼 서평 응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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